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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기후정상회의 주도한 바이든, ‘미 리더십 회복’ 성적표 보니

등록 2021-04-23 08:17수정 2021-04-23 10:17

“2030까지 절반 감축” 바이든, 미 리더십 회복 노려
한국 등 각국, 새로운 목표 제시하는 등 호응
중국·러시아, 미국과 직접 충돌은 없었으나 견제도
“포부도 없이 비현실적인 게 누구냐”…정상들 꾸짖은 10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뒤 처음으로 22일(미국시각) 열린 화상 기후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하는 모습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이사회의 화면에 나오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뒤 처음으로 22일(미국시각) 열린 화상 기후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하는 모습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이사회의 화면에 나오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0개국 정상을 화상으로 초청해 22일(현지시각) 개막한 기후정상회의에서 각국은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내놓거나 기존의 약속을 재확인하며 기후변화 대응 협력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 회의는 23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미국 “2030까지 온실가스 절반 감축”…글로벌 리더십 회복 계기 삼아

이번 회의를 주재한 바이든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5년 제시한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 감축’의 갑절 수준으로 공격적인 목표치를 새로 내놓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해 미국의 연방정부와 주, 시, 기업, 노동자 등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면서 각국 정상들에게 “훨씬 더 큰 국제적 노력을 필요로 한다”며 적극적인 협력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새 목표 제시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 회의에서 “획기적(game-changing)”이라고 환영했다. 그는 “전 세계가 비슷한 포부를 갖는 것을 보고 싶다”며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모든 나라들의 과학자들이 인류에 필요한 기술적 해결책을 생산해내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올해 11월1~12일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의장국이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 회의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실추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하는 결정적인 기회로 삼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취임 첫날인 1월20일 서명했다. 백악관 국가기후태스크포스의 지나 매카시 위원장은 첫날 회의에 대해 “오늘의 기대는 미국이 강력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테이블에 올려서 사람들이 ‘미국이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며 “오늘 그걸 했다”고 자평했다.

참가국 정상들도 새 목표 제시

주요국 정상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행동 목표를 올리며 화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며 기존의 목표를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3년 대비 46% 줄이겠다며 기존의 목표 대비 70% 올리겠다고 밝혔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40~45% 감축하겠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이번 회의에 앞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줄인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탄소 가격을 정하지 않으면 에너지 전환은 없을 것”이라며 국제적인 ‘탄소 가격제’를 주장했다. 탄소에 가격을 매겨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일부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다.

투자의 기후변화 영향 보고서 공개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등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온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 제도를 비롯해 △탄소 가격제 △화석 연료에 보조금 지급 종결 등을 언급하면서 다른 나라들도 이를 실천할 것을 촉구했다. 아던 총리는 온실가스 배출 목표와 관련해서는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30% 감축’이라는 기존의 약속을 되풀이했다.

중국·러시아, “협력” 다짐하며 미국 견제도

이날 회의는 비록 화상으로 상대방의 발언 모습을 지켜보는 수준이긴 했어도 바이든 대통령이 긴장 관계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첫 대면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회의 형식상, 서로 대화나 논쟁은 있을 수 없었고, 있지도 않았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의 시 주석은 이날 새로운 목표치를 내놓지 않고,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을 찍은 뒤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기존의 장기 목표를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무역·기술 등에서 경쟁하고 있는 시 주석은 “최근 중국과 미국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듯이 중국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더불어 세계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국이 약속한 탄소 배출 정점과 중립 사이의 기간은 선진국들보다 훨씬 짧다”며,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서는 미국 등 선진국의 책임이 크다는 점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한 기후 문제 해결 방식과 관련해 “다자주의를 견지해야 한다”고 말해, 미국 주도를 견제했다. 그는 “국제법을 바탕으로 하고, 유엔을 핵심으로 한 국제 체계를 수호하는 가운데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준수하고 2030년까지의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실천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 개입, 해킹 등으로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푸틴 대통령도 새로운 목표치를 내놓지는 않은 채 국제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2050년까지 배출량을 대폭 줄이도록 정부에 임무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는 기후변화와 다른 중대한 도전들에 관한 효과적인 해법을 찾는 데 있어서 국제 협력을 활발하게 하는 데 진정으로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국 주도가 아닌 유엔 주도의 협력을 강조했다.

정상들 꾸짖은 10대 목소리

국제 청소년 기후 운동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리더인 멕시코 출신 시예 바스티다(18)도 이날 회의에 참가해 각국 정상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바스티다는 “화석 연료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정상들이 이날 논의된 수준 이상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과감하게 없앨 것을 촉구했다. 그는 “당신들은 우리가 비현실적이고 비이성적이라고 말하고 또 말하지만, 포부도 없고 대담하지도 않은 해결책을 가진 채 비현실·이성적인 이들은 누구냐”고 꼬집었다.

청소년 환경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18)는 이날 기후 정상회의가 아닌 미 하원 감독위원회 환경소위에 화상으로 출석해 “여러분 같은 권력자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것을 모면할 수 있다고 믿느냐”며 정치인들의 기후변화 소극 대응을 꼬집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에게 보낸 짧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자연이 우리를 보살필 수 있도록 우리가 자연을 보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우리는 위기에서 빠져나올 때는 거기 들어설 때보다 더 좋거나 나쁘게 빠져나온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환경이 더 깨끗하고, 순수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하고, “이번 회의에 큰 성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92247.html?_fr=mt2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92263.html?_fr=m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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