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오는 6월말 이전에 코로나19 백신 2000만회분을 외국으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오는 2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발표로, 이 2000만회분에 한국 정부가 추진해온 미국과의 ‘백신 스와프’ 물량도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전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통제되기 전에는 미국이 결코 완전히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며 백신 2000만회분을 앞으로 6주 안에 외국에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2000만회분은 미국 안에서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 접종이 진행되고 있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얀센(존슨앤존슨 계열사) 백신이다. 미 정부가 앞서 외국에 제공하겠다고 밝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000만회분과는 별개다. 미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국내 사용을 승인하지 않았으며, 앞으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안전성 검토를 마치는대로 외국으로 보낼 예정이다. 미국이 외국으로 보내겠다는 백신 네 가지를 합치면 8000만회분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000만회분을 어느 나라에 어떤 종류를 얼마나 보낼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가장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인도와 중남미 국가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의 동맹으로 지난해 코로나19 초기 진단키트 제공 등의 협력을 아끼지 않은 한국도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 1억9200만회분(9900만명분)의 백신을 계약했지만 공급 시기가 하반기로 몰려 있어, 상반기 공급난을 해결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최소 수백만회분의 한-미 백신 스와프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신 스와프는 미국에서 백신을 공급받은 뒤 나중에 되갚는 방식이다.
백신 스와프 외에도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계약도 맺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2000만회분 백신을 외국에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은 미국 내 수요가 줄어들고 국제적인 백신 불균형은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집계로 미국에서 접종 가능한 12살 이상 인구를 놓고 볼 때, 56.1%가 최소 1회 접종을 마쳤고 43.9%는 2회차 접종까지 완전히 마쳤다. 전체 인구로 치면 37.6%가 접종을 모두 마쳤다. 반면, 전세계 인구에서 완전 접종 비율은 4.6%에 그친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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