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성 김(앞줄 왼쪽)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대북특별대표로 발표하자, 성 김 차관보가 일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주한미국대사 출신의 성 김(61)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첫 대북특별대표로 임명된 데 대해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22일(현지시각) “이보다 더 북한에 좋은 메시지를 줄 수 있나 싶다”고 말했다. 적시에 적임자를 골라 앉혔다는 평가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북 협상 창구인 대북특별대표에 김 대행을 기용한 것은 북한에 관한 그의 전문성을 높이 샀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북한과 직접 협상하며 대북 외교를 맡아온 전문가다. 한국계인 그는 2006년 국무부 한국과장을 거쳐 2009년 2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냈다. 2008년 6월 북한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 현장에 미국 대표로 참관하기도 했다. 이어 2011년 1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한국계 최초로 주한미국대사를 지냈다. 그 뒤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로 본부에 복귀했다가 2016년 12월 필리핀 대사로 부임했다. 북핵 및 협상의 구조와 역사를 체험으로 꿰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첫 북-미 정상회담에 핵심 역할을 했다. 그는 필리핀 대사로 재직하던 2018년 6월 북-미 정상회담 전날까지 최선희 당시 북한 외무성 부상과 합의문을 조율했다. 2018년 10월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에도 동행했다. 그는 트럼프 정부 말기인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대사로 자리를 옮겼으나 올 1월 바이든 정부 출범 직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으로 임명받아 워싱턴에 불려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과정에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을 가장 잘 알고 언제라도 협상에 투입할 수 있는 인물을 대북 창구로 기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김 대표 임명 사실을 깜짝 발표함으로써, 대북특별대표의 조속한 임명을 강조해온 한국 정부의 요청을 수용하고 북한에 대화 의지를 발신하는 효과를 극대화했다. 미국은 김 대표 임명 계획을 정상회담 하루 이틀 전에 한국 정부 쪽에 알렸다고 한 소식통이 전했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국무부에서 북한 관련 지식이 가장 풍부한 김 대표를 선택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북 문제에 있어 매우 진지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편으로는 김 대표가 북핵 문제의 난해함과 북한의 협상 방식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오히려 만만치 않은 상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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