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성도 우한에서 지난해 5월 방역요원들이 출입이 통제된 주민들에게 전달할 식재료를 들고 거리를 걷고 있다. 우한/AFP 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의 연구실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을 놓고 다시 미국과 중국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기원했음을 시사하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호히 부인했다고 <로이터>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전날 <월스트리트 저널>은 우한에서 코로나19 발발이 공식 보고된 2019년 12월8일보다 한달 앞서 우한바이러스연구소(WIV)의 연구원 3명이 비슷한 증세로 쓰러졌다는 미국 정보기관의 문건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이 비공개 정보는 연구소의 직원들이 “코로나19 및 일반적인 계절성 질환과 일치하는 증세”의 질환에 걸렸다고 전했다. 이 정보보고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보고된 것이다.
자오 대변인은 “미국은 ‘연구소 누출’ 이론을 계속 광고하고 있다”며 “이는 추적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관심을 돌리려는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그는 우한연구소가 지난 3월 발표한 성명을 인용하며 이 연구소가 2019년 12월30일 전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결코 취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는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향후 조사를 논의할 세계보건기구(WHO)의 관련 회의가 열리기 전날 게재됐다. <시엔엔>(CNN)도 24일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정보기관들이 “그 연구원들이 실제로 무엇 때문에 아팠는 지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다”며 “여전히 확실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 식품의약청(FDA) 청장을 지낸 스콧 고틀리엡도 이날 <시엔비시>(CNBC)와 회견에서 같은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들에 대한 결론을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행정부의 한 공식 소식통은 미국 정보기관들이 “아직 어떤 이론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이 소식통은 우한연구소 직원 사이에서 11월에 감염이 있을 수 있다는 정보보고는 미국 연구자들에 의해 “일축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퇴임하기 닷새 전인 지난 1월15일 이 기밀정보에 부분적으로 기반한 ‘팩트 시트’(사실 자료)를 냈다. 중앙정보국, 국가안보국 및 국방 정보기관들이 이 공식자료와 기밀정보 발간에 기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기밀정보는 미국 정보기관들과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을 조사하는 전문가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관리들에 의해 유효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지난주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소장인 로셸 월런스티 박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연구소에서 기원한 것은 “하나의 가능성”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상원 청문회에서 대부분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일반적으로 동물에서 기원한다”며 코로나19가 어떻게 기원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1일에도 감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소장이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는 확신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폭스 뉴스> 등 현지 언론은 파우치 소장이 이날 팩트체크 행사인 ‘유나이티드 팩트 오브 아메리카'에서 ‘여전히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확신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뒤 “사실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고 24일 보도했다.
하지만 우한바이러스연구소의 감염병센터 소장인 스정리 박사는 올해 초 연구소의 모든 직원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기원을 조사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 전문가들은 지난 2월 중국에서 조사를 벌인 뒤 바이러스가 우한 연구소에서 누출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밝혔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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