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삼성전자를 비롯해 세계적인 반도체 대기업의 대표들을 한 자리서 만나 투자와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공급망 재편 흐름이 강화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다.
<요미우리신문>은 17일 “기시다 총리가 세계를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의 회장과 최고경영자(CEO) 등 7명을 1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만난다“고 보도했다. 면담엔 한국 삼성전자, 대만 티에스엠시(TSMC), 미국 인텔·아이비엠(IBM)·마이크론 테크놀로지·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벨기에 아이멕(IMEC) 등 반도체 대기업 회장 등 경영진 7명이 참석한다. 신문은 “세계적 반도체 대기업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이례적”이라며 “경제안보 관점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일본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하려는 목적”이라고 전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공급망 강화는 한 국가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뜻을 같이하는 나라·지역과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내일이라도 면담을 할 수 있도록 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일본은 자국에서 반도체 생산 체제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티에스엠시가 규슈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시작해 2024년 말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이크론도 히로시마현 공장을 증설하고, 인텔은 일본에서 연구개발 거점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 아이비엠과 아이멕은 일본 주요 대기업 8곳이 참여해 만든 신생 첨단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와 협력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공급망 재편 흐름과 맞물려 한-일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경제협력과 관련해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의 우수한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함께 견고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이 분야에서 공조를 강화하자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2019년 일본의 대한국 수출 규제를 계기로 추진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방침을 철회하고,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셈이다. 이런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삼성전자가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300억엔(약 2970억원)을 투입해 첨단 반도체 디바이스 시제품 라인을 만들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높은 기술력이 있는 일본의 소재 및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와 공동개발을 통해 생산 기술을 향상시켜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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