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201차 정기 수요시위가 2015년 10월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려 한 참가자가 ‘역사 교과서가 기억하게 하라’고 쓴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일본 교과서 내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술은 일본 사회의 ‘우경화’와 함께 큰 부침을 겪었다.
역사 연구·교육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오래 기억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약속을 담은 고노 담화가 1993년 8월 공개된 뒤 고등학교 교과서엔 1994년, 중학교 교과서엔 1997년부터 관련 기술이 실리기 시작했다.
일본 우익들을 자극한 것은 특히 중학교 교과서였다. 어린 나이부터 이런 ‘자학 사관’을 가르치면 안 된다는 일본 우익들의 압박이 시작됐다. 그로 인해 다음 검정 때부터 기술이 대폭 줄어들기 시작한다. 1996년 검정(1997년부터 사용) 땐 교과서 7종 모두에 위안부 기술이 포함돼 있었지만, 2002년엔 3종, 2006년엔 2종으로 줄었다. 2012년엔 완전히 사라졌다가 2017년 1종, 가장 최근인 2021년엔 교과서 8종 중 2종에 부활했다.
충실하게 위안부 관련 기술을 하고 있는 것은 전·현직 교사들이 만든 ‘마나비사’ 교과서다. 이 교과서엔 “1991년 한국 김학순의 증언을 계기로 일본 정부는 전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서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1993년 사과와 반성의 뜻을 담은 정부 견해를 발표했다”고 기술돼 있다. 다만 채택률이 높지 않다. 일선 학교에서 많이 쓰이는 교과서에선 2002년부터 위안부 서술이 완전히 사라져, 20년 전부터 이와 관련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기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 됐다.
고등학교에선 1994년부터 일본사, 세계사, 지리, 현대사회, 윤리, 정치·경제 등 사회과 교과서에 광범위하게 위안부 문제가 실렸다. 일본사의 경우 당시 교과서 20종 중 19종에서 위안부 문제가 기술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위안부 기술이 점차 사라지고, 강제성이 모호해지는 흐름이 이어져 왔다.
일본에선 2021년 교육과정에 큰 변화가 이뤄졌다. 세계사와 일본사가 합쳐져 근현대사 부분을 강화한 ‘역사총합’ 수업이 지난해부터 필수과목이 됐다. 일본의 모든 고등학생(1학년)이 배우는 ‘역사총합’ 교과서는 12종으로 이 가운데 9종에서 위안부가 기술됐다. 하지만 고노 담화에서 인정한 동원 과정의 강제성이 서술된 교과서는 단 1곳(야마카와출판)뿐이다.
2022년 검정에선 고교 2학년 이상이 사용할 일본사탐구, 정치·경제 등에서 가해자를 특정한 ‘종군 위안부’,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이 모두 사라졌다. 일본 정부가 2021년 4월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통해 ‘종군(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며 사용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출판사들은 정부 견해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따라야 한다. 아베 신조 내각이던 2014년 교과서 검정 기준에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있을 경우 그에 근거한 기술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기 때문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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