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평화헌법 고쳐 ‘전쟁하는 나라’로 질주

등록 2006-09-20 18:36수정 2006-09-20 19:22

야스쿠니 참배·역사문제는 ‘모호전략’ 유지
일 평화세력-우파 개헌 놓고 충돌 불가피
‘아베의 시대’가 마침내 열렸다. ‘극우’와 ‘친미’로 대표되는 아베 신조 새 자민당 총재가 일본 사회를 어디로 이끌고 갈지 세계가 우려섞인 눈길로 주시하고 있다.

강경 우파의 득세= 아베의 손쉬운 승리는 대중적 인기의 압도적 우세에서 비롯했다. 자민당 의원과 당원 대표의 투표였지만, 후보들에 대한 대중 지지도의 현격한 격차가 선거의 향방을 일찌감치 갈랐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자의 자질 검증이나 정책 토론 등은 뒷전으로 밀려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초강경파 아베 총재의 출현은 갈수록 우경화 경향이 짙어지는 일본 사회의 현주소를 잘 드러낸다. 전쟁을 모르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돼온 국가주의가 ‘강한 일본’을 주창하는 아베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졌다. 또 집권 자민당에선 세력판도가 강경 우파를 주축으로 확고하게 재편됐음을 의미한다. 1955년 자민당 창당 이후 줄곧 비주류에 머물렀던 강경 우파는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집권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아베 정권의 출범은 이들의 세 확장을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반면, 자민당 온건 보수파는 변변한 대항조차 하지 못하는 무기력을 드러냈다. 기대를 모았던 후쿠다 야스오 전 관방장관이 출마를 포기하면서 세 결집을 위한 구심점마저 상실했다. 일부 인사들이 아베의 위험한 역사인식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게 고작이었다. 이들에게서 아베 정권의 ‘폭주’에 대한 제동역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주변국에서는 물론,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서구 언론들도 아베를 ‘노골적인 우파 내셔널리스트’ 등으로 평가하면서 경계감을 나타내고 있다. 로널드 도어 런던정경대 명예교수는 한 일본 신문 기고에서 “해외에선 아베의 정책보다 사상적 자세에 더 주목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전했다.

고조되는 갈등= 아베 시대의 개막은 지난 60여년 동안 정착돼온 ‘전후 평화주의’의 청산이 본격화한다는 의미다. 아베는 이를 위한 평화헌법과 교육기본법의 개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개헌은 평화국가 일본의 재무장을 가속화해 ‘전쟁하는 나라’로 바꾸는 첫걸음이다. ‘교육의 헌법’인 교육기본법의 개정은 ‘자학적 편향교육’ 탈피를 명분으로 내세워, 미래 세대에게 국가주의와 경쟁논리를 심어주려는 것이다.

일본 평화세력은 개정 저지에 총력을 쏟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양대 세력의 격렬한 충돌이 불가피하다. 개헌은 중·참의원 3분의 2 의석 확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아베가 주도하는 정치권 재편의 거대한 소용돌이도 예상된다.

아베는 ‘주장하는 외교’를 표방한다. 외교·안보나 영토 문제 등에서 자기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겠다는 것이다. 대북 제재와 대중 견제를 위한 미국과의 공조도 더 노골화할 것으로 보인다. 주변국과의 갈등요소가 한층 커진 셈이다. 그렇지만 최대 현안인 역사 문제에선 되도록 낮은 목소리로 접근해 얼어붙은 주변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엿보인다. 아베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나 과거 침략전쟁에 대한 인식을 확실하게 밝히지 않는 ‘모호 전략’을 유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취임 직후, 모든 해외 지원·원조 중단했다 1.

트럼프 취임 직후, 모든 해외 지원·원조 중단했다

로제, 영국 음악 차트 4주째 2위…레이디 가가와 ‘깜짝 만남’ 2.

로제, 영국 음악 차트 4주째 2위…레이디 가가와 ‘깜짝 만남’

미 부통령 “귀중한 미군 아껴야…모든 곳에 보내서는 안돼” 3.

미 부통령 “귀중한 미군 아껴야…모든 곳에 보내서는 안돼”

이라크, 9살 결혼 합법화…“여성·아동 권리 종말” 4.

이라크, 9살 결혼 합법화…“여성·아동 권리 종말”

머스크, 독일 극우정당 집회서 “과거 죄책감 넘어서야” 논란 5.

머스크, 독일 극우정당 집회서 “과거 죄책감 넘어서야” 논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