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57·사진) 일본 총무상
스가 총무상 NHK에 지시
“충성심에 편집권 침해” 비판
“충성심에 편집권 침해” 비판
“납치 문제 보도를 내보내라.”
스가 요시히데(57·사진) 일본 총무상이 10일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에 내린 이 ‘명령’이 일본 정치권과 언론계를 온통 들쑤셔놓고 있다. 정부 관료가 공영방송에 특정 사안을 보도하도록 공개적으로 지시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의 전말은 이렇다.
NHK에는 해외를 대상으로 한 단파라디오 국제방송이 있다. ‘돈벌이’와는 거리가 먼 이 국제방송에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대신, 총무상이 보도·해설을 명령할 수 있게 한 규정이 방송법에 들어 있다. 그렇지만 이 명령권은 ‘법에 명시돼 있을 뿐, 행사하지 않는다’는 게 관행이었다. NHK의 편집권을 존중해, ‘국가의 중요 정책’ ‘국제문제에 관한 정부방침’ 등 포괄적인 방송 지시만 할 따름이다.
그런데 ‘아베 친위대’의 핵심인물인 스가가 총무상에 기용되면서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아베 정권이 가장 주력하는 납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게 하기 위해 사문화돼 있던 이 규정을 끄집어냈다. 편집권 침해 논란이 거세지자, 스가는 관련 자문기구인 전파감리심의회에 자문을 요청했다. 심의회는 “명령은 타당하지만, 이전처럼 NHK에 맡겨두는 게 적절하다”는 중도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스가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워 결국 방송 명령을 강행했다. 이미 그는 총무부 대신으로 있던 3월 말부터 이 문제에 집착을 보였다. 당시는 총무성 관리를 통해 NHK에 구두로 요청했다. 총무상으로 승진되자 아예 발벗고 나선 것이다.
스가의 태도에 대해선 자민당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 자민당 의원은 국회 질의에서 “뉴스 항목의 선택이라는 중요한 편집권에 간섭하는 게 된다”고 지적했다. ‘명령방송’이 가능하도록 해놓은 규정 자체가 잘못이라는 주장도 많다. 시오자키 야스히사 관방장관은 8일 “방송 자유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 법률이 문제가 된다”며 방송법 재검토 가능성을 비쳤다.
일본 언론들은 정치가 방송에 개입하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을 우려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영방송들 또한 면허 갱신 등의 과정에서 같은 일을 당하지 않을까 경계를 늦추지 못한다. 스가가 주변의 한결같은 반대를 무릅쓰고 막무가내식으로 납치 방송을 고집하는 것은 아베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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