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고이케 유리코 안보담당 총리 보좌관을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카운트파트너라고 소개했다. 이 소식을 들은 시오자키 야스히사 관방장관이 발끈했다. 그는 며칠 뒤 해들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내가 당신의 파트너요”라며 이를 ‘정정’했다. <마이니치신문>이 12일 전한 총리실 내부 주도권 다툼의 단면이다.
아베 정부는 미국 국가안보회의를 본뜬 ‘일본판 NSC’를 만들겠다고 공약했고, 책임자로 안보담당 총리보좌관을 임명했다. 그렇지만 그 전까지 총리실의 외교·안보 사령탑은 관방장관이었다. 아베 또한 관방장관 시절 해들리와 ‘찰떡공조’를 자랑하며 대북 제재를 몰아붙였다. 후임인 시오자키가 이 권한을 놓지 않아, 고이케가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이케는 그동안 각국의 대통령·총리 보좌관들과 만나 자신이 ‘창구’라는 점을 강조하고, NSC 조직운영에 대해 연구를 해왔다. 일본과 같은 의원내각제 정부인 영국의 내각부에 설치된 국방외정사무국이 일본에 가장 적합한 모델이라는 판단에 따라, NSC 구상의 구체화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자기 밑에는 외무성과 방위청에서 파견나온 관리 2명 외에 실무인력이 없다. 관방장관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시오자키는 되레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두 사람 관계는 ‘냉전상태’로 알려져 있다.
“NSC는 ‘노 스태프 센터의 약칭이다.” 고이케의 자조섞인 푸념이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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