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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황혼 이혼 강풍’ 몰아치나

등록 2006-12-10 18:23

남편 연금 분할지급 내년 4월부터 시행
중장년 여성 문의 잇따라 이혼 급증 예고

“남편은 연금을 절반씩 나누는 데는 절대 찬성하지 않습니다. 얘기가 되지 않을 땐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혼하고 2년 안에 청구하면 된다는 거지요?”

지난 10월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의 한 시민단체가 연 ‘연금분할’ 설명회는 중장년 여성들로 성황을 이뤘다. 이들이 앞다투어 손을 들고 강사에게 질문 공세를 벌여 설명회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찼다. 각 지자체에선 이런 설명회 개최 요구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연금분할 관심 폭증= 일본에서 자녀 양육 의무를 끝내고 장년기에 접어들어 이혼을 하는 ‘황혼 이혼’의 폭풍이 몰아칠 기세다. 이혼을 할 때 남편의 연금을 부인에게 나눠주는 연금분할이 처음 시행되는 내년 4월이 고비다. 이혼 뒤 여성들의 생활고를 상당히 덜어줄 이 제도가 실시되면 갈라서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혼 예비군’이 수만명 대기 중이다.

사회보험청은 지난 10월부터 50살 이상을 대상으로 이혼 때의 연금액을 추산해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인이 이런 서비스를 받았는지는 남편에게 통보되지 않는다. 10월 말부터 1개월 사이에 1355명이 신청했으며, 90%가 여성으로 집계됐다. 전국의 사회보험소에 접수된 연금분할 관련 상담은 10월 한달에 6283건에 이르렀다. 연금분할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잘 보여준다.

연금분할은 부부가 이혼 뒤 2년 안에 청구하면 결혼 기간의 후생연금(기업연금) 일부를 배우자에게 나눠주도록 하는 제도다. 전업주부는 남편 후생연금의 절반까지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퇴직한 남편이 이혼 뒤 후생연금을 독차지해 평균 20만엔의 연금을 받은 반면, 부인은 전국민이 대상인 기초연금 6만여엔 밖에 받을 수 없었다. 생활보호대상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혼하는 여성에게 절대 불리하다는 공감대에 따라 다른 선진국을 참고해 2004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일 이혼건수 추이
일 이혼건수 추이
폭풍 전야= 일본의 이혼건수는 지난 몇년 사이 감소추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26만2천건으로 절정기였던 2002년보다 2만8천건이나 줄어들었다. 실업률 저하 등 경제 회복의 긍정적 영향도 있다. 그렇지만 감소가 시작된 시기는 후생노동성이 연금분할의 구체안을 확정지은 때와 일치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금분할을 기다리는 부인들이 이혼을 미루고 있는 ‘폭풍 전의 고요함’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는 과거 경기회복 국면보다 이혼건수의 감소폭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소 추산 결과, 2003년부터 누적된 이혼 예비군은 4만2천쌍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혼한 부인의 연금수령액은 결혼기간이 길수록 많다. 결혼기간이 25~30년인 연령층의 이혼건수 감소율이 젊은층의 2배에 이르렀다. 장년층 이혼 대기자가 그만큼 많다는 점을 입증하는 근거가 되기에 충분하다.

연금분할은 이혼한 여성의 노후보장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렇지만 연금을 나눠받는다고 생활수준이 이혼 전에 비해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남편이 숨진 뒤 받는 유족연금(연금의 4분의 3)은 이혼을 하면 받을 수 없다. 부부·가족문제 컨설턴트인 이케우치 히로미는 “이혼 뒤에는 생활수준이 떨어지는 게 확실하고 장년 여성의 취업도 쉽지 않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며 황혼 이혼 폭풍을 경계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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