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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의 가족붕괴가 부른 토막살인들

등록 2007-01-17 13:15수정 2007-01-18 13:36

중상류층에서 빈발하는 가정폭력
꽉짜인 사회가 스트레스 불러
새해 벽두부터 일본사회는 피비린내 냄새가 진동한다. 토막살인이 세 건이나 발생했다. 이중 용의자가 체포된 두 건은 모두 가족간에 벌어진 사건이어서 일본 사회를 더욱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중류 이상의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오빠가 여동생을, 부인이 남편을 살해한 뒤 주검을 토막해 옷장에 감추거나 몰래 내다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언론들은 매일 같이 사건의 속보를 내보내면서 일본사회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허탈해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드러난 두 사건의 발생 배경을 들여다보면 심각한 가족폭력과 여성경시 등 일본사회의 가족간 소통의 부재 및 단절현상을 엿볼 수 있다. 한마디로 가족붕괴가 부른 비극이다.

가정폭력에 못견딘 부인의 남편 토막살해

남편을 엽기적으로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32살의 여성은 겉으로 보기엔 평균 이상의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외국계기업에 다니는 훤칠한 용모의 남편과 함께 월세 20만엔이 넘는 고급 맨션(아파트)에 살면서 주변사람들처럼 부부가 아니라 애인같다는 평판을 들었다. 그러나 이 여성은 결혼 뒤 곧바로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 코뼈까지 부러진 적이 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재작년 남편의 폭력으로 병원에 입원까지했으나 그뒤에도 폭력행위는 중단되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 살해 동기는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남편에 대한 공포가 살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12일 새백 남편이 귀가해 잠에 든 사이 와인병으로 머리를 마구 내리쳐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월에 들어와 남편은 몇번이나 심야나 아침에 술에 취해 귀가했다. 저항받지 않고 죽일 수 있는 것은 지금이라고 생각했다”고 경찰에서 살해 당시의 심경을 진술했다.


자신을 무시하는 여동생을 살해한 재수생

3대째 치과의사 집안의 둘째 아들로 아버지와 형처럼 같은 길을 걷고 싶어 4수째하고 있는 21살의 재수생은 단과대학을 다니며 연예인을 지망하는 여동생으로부터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말을 들은 게 참극의 계기가 됐다. 지난해 12월30일 오후 2시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여동생으로부터 “유군(오빠를 지칭)은 공부해도 안돼”라는 말을 듣고 화가 난 용의자는 목검으로 동생을 내리쳤다. 그리고 30분간 동생의 생활태도를 나무랐으나 “나는 꿈이 있다. 유군이 치과의사가 되려는 것은 다른사람을 흉내내는 것이다”라는 말에 격분해 살해했다는 것이다. 오빠는 재수를 하는 동안 여동생과 3년간이나 한 집안에서 살면서 말을 거의 안하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죽은 동생은 친구들에게 “가족안에서 따돌림당했다. 아버지한테 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늘어나는 일본의 가정폭력

일본에서는 2001년 가정폭력방지법(DV 방지법)이 입안돼 가해자의 피해자 접근금지, 거주지퇴거 명령 등의 보호조처를 담고 있으나 가족폭력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전한다. 내각부의 2002년 실태조사 결과 배우자나 애인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신체적인 폭력을 당한 여성은 4.8%, 정신적 폭력은 1.5%, 성적인 폭력은 3.4%로 나타났다. 3년 뒤인 2005년 조사에서는 조사대상을 배우자만으로 한정했는데도 신체적 폭력 5.8%(남성은 1.3%) 정신적 폭력은 5.3%(남성 1.6%) 성적폭력 5.2%(0.1%)로 오히려 가족간 폭력이 늘어났다. 후생노동성의 산하 상담기구인 ‘배우자폭력상담지원센터’ 상담건수도 2003년 4만3천건에서 2005년에는 5만2천여건으로 늘어났다. 상담한 사람의 99%이상이 여성이라고 한다. 무사시노 대학의 고니 시세이코 교수(트라우마관리 전공)은 <도쿄신문>과 인터뷰에서 “연간 5만건의 상당이라고는 하지만 상담하는 사람들은 전체의 2%에 지나지 않는다. 사건이 되는 것은 빙산의 일각”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가정폭력은 감정조절 미숙의 결과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언어폭력도 눈에 띈다고 상담자들은 말한다. 상대로부터 “너는 내 종속물이다” “네가 사회에 나가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등 폭언에서부터 섹스를 거부하면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고니 시세이코 교수는 ”남녀 모두 대인관계의 미숙함, 감정의 조절이 잘 되지 못하는, 즉 어린아이같은 사람이 늘어나는 게 가정폭력 증가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사회와 국가적으로 빈틈없을 정도로 꽉 짜여진 사회이기 때문에 이런 엄격한 환경속에서 받은 인간관계나 조직생활의 스트레스가 가족, 가정이라는 환경속에서 해소되지 못하고 오히려 폭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주간지들은 판매부수를 늘리기 위해 이번사건을 흥미 위주로 선정적 과장보도를 해 또다른 일본 사회의 병리현상을 엿보인다. ‘금단의 사랑 디브이디에 출연한 여동생은 ‘근친상간에 떨고 있었다’(주간신초 1월18일호) “단대생 토막살인서 떨어져나간 유방과 하복부의 미스테리’(주간슌수 1월18일) 등 입에 올리기도 끔찍한 제목을 버젓이 달아놓았으나 대부분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된 내용이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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