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일본 도쿄 치요다구 나가타쵸 국회의사당 뒷편 의원회관 앞에서 ‘9조 개헌저지의 모임’ 회원들이 일본 정부의 개헌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한 농성을 하고 있다. 농성에는 1950년~70년대 일본 학생운동 조직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했던 과거의 투사들을 주축으로 30~50명이 참여하고 있다.
50~70년대 학생운동가들 반개헌 전선에
거리 시위에 연좌단식농성
거리 시위에 연좌단식농성
65살 할머니 가와무라 시노는 지난 20일부터 매일 오전 10시면 도쿄 치요다구 나가타쵸 국회의사당 뒷편 의원회관 앞으로 ‘출근’한다. 저녁 5시까지 진행되는 단식농성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22일 가와무라 할머니를 농성 현장에서 만났다. 그는 왕년의 투사였다. 교사 시절이었던 1969년 화염병 제조 혐의로 체포돼 도쿄 구치소에 수감된 적이 있다. 당시 임신한 동료의 석방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했다. 이번 단식투쟁은 그로부터 꼭 28년만의 일이다.
현장에는 가와무라 할머니와 같은 ‘백발의 투사’들이 여럿 있었다. 모두 아베 신조 총리의 평화헌법 개헌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거리에 나섰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4년째인 20일부터 일본헌법 기념일인 5월3일까지로 예정된 국회앞 연좌농성 및 단식투쟁에는 1950년~70년대 학생운동 조직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했던 멤버 30~50명이 참여하고 있다. 대개 50대 후반~60대 중반의 중년들이다. 그중에는 40여년만에 노구를 이끌고 거리에 나선 78살의 백발성성한 노장도 포함돼 있다.
오가와 노보루 교토대 교수는 1960년 안보투쟁에 앞장섰던 투사였다. 그는 얼마전 수업중 제자로부터 “개헌 움직임이 강해지는데 60년대 안보투쟁의 선두에 섰던 사람들은 무엇을 하느냐”는 질책성 질문을 받았다. 이것이 왕년의 활동가들을 다시 모이게 한 계기였다.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전쟁·교전권·자위권 포기’라는 이상을 지키기 위한 ‘9조 개헌저지의 모임’이다. 이번 장기 농성도 이 모임이 주최한 것이다.
“1960년 18살 때(나라여자대학 1학년) 의사당 앞에서 데모를 하면서 지켜내려고 했던 평화헌법이 무너지려는 것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 나의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가와무라 할머니는 유죄판결을 받아 교원면허를 박탈당한 뒤 간호사 보조원과 노인 도우미 등으로 어렵게 생활해왔다. 하지만, 일본 사회를 바꿔보겠다는 ‘운동의 열정’만은 아직도 그대로다.
1963년 도쿄 가쿠에이대학 투쟁위원장이었던 후치가미 다로(64)도 20년만에 다시 거리에 나섰다. 20년 전 무슨 문제 때문에 나섰는지 기억도 가물거리지만 “손자들에게 이 헌법을 남겨주고 싶다”는 현재의 마음만은 분명하다. 대학시절 퇴학처분까지 받은 그지만 “아베 총리 같은 사람이 득세해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지경까지 오게된 데는 예전 활동가들의 책임도 크다”고 인정한다.
혁신정당인 ‘노동자공산당’을 이끌고 있는 마츠다이라 나오히코(59)는 “우리같은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지금 흐름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강한 위기감에서 연좌농성에 나섰다. 1970년 3월 발생한 요도호 납치사건 실행범 그룹과 같은 과격 정파에 속해있던 그의 마음속에는 대중들로부터 유리된 과거 운동 노선과 방식에 대한 회한과 반성도 엿보였다. “1960년대 말 적군파 탄생이 패배의 상징이었다는 점, 소련 체제와 비슷한 가치관과 조직관, 사회혁명관을 탈피하지 못함으로써 소련 붕괴에 대비하지 못해 운동 전체가 의심받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날 거리 취재 중 주변에 배치된 일본 경찰관들은 참가자들이 전단을 나눠주려고 하자 몇번이나 “너무 앞에 나오지 말라”고 제지하는 등 옛 투사들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 때마다 야마나카 유키오(58) 구원연락센터 사무국장은 “이게 무슨 짓이냐”라고 호통을 치며 경찰관을 물리쳤다. ‘역전의 용사’들은 살아있었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이날 거리 취재 중 주변에 배치된 일본 경찰관들은 참가자들이 전단을 나눠주려고 하자 몇번이나 “너무 앞에 나오지 말라”고 제지하는 등 옛 투사들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 때마다 야마나카 유키오(58) 구원연락센터 사무국장은 “이게 무슨 짓이냐”라고 호통을 치며 경찰관을 물리쳤다. ‘역전의 용사’들은 살아있었다. 도쿄/글·사진 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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