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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탈미 동아시아 공동체’…단일 경제권 모색

등록 2009-09-03 19:31수정 2009-09-03 23:49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민주당 대표가 3일 도쿄 민주당사에서 존 루스 주일 미국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쿄/AP 연합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민주당 대표가 3일 도쿄 민주당사에서 존 루스 주일 미국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쿄/AP 연합
하토야마의 새 외교 구상은?
논문서 ‘아시아 단일 정치·경제권’ 주장
“북한·중국 등 비핵화 위한 포석” 분석도
오는 16일 총리에 취임하는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민주당 대표의 ‘탈미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토야마 대표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총선이 한창이던 지난달 일본 잡지 <보이스>에 실린 ‘나의 정치철학’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가시화했다. 당시에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으나 지난달 28일 <뉴욕타임스>가 일부 내용을 발췌 보도하면서 미국과 일본 보수파들 사이에서 “반미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미국내 지일파조차 하토야마 대표에 대해 “대미중시에서 벗어나 아시아 관계를 우선시키는 ‘탈미입아’의 인물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토야마 대표의 논문은 반미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본 정치 지도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대담한 미국 비판을 전개하고, 동아시아 공동체 창설을 하나의 국가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하토야마 대표는 이 글에서 “냉전 뒤 일본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리즘이라는 이름의 시장원리주의에 휩쓸려왔다” 면서 “이번 세계 경제위기는 미국적 자유시장 경제가 보편적이고 이상적인 경제질서라는 사고에 의해 야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미 안보체제’가 앞으로도 일본 외교의 초석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미국의 금융위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미국 일극시대의 끝을 예상케하고 달러 기축통화체제의 영속성에 대한 의문을 안게 했다”며 동아시아 공동체를 창설하고 궁극적으론 아시아 공동화폐 실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역간 경제협력뿐 아니라 냉전 이후 격화하고 있는 내셔널리즘을 극복하고 안전보장의 틀을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도 동아시아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패권국가를 지속하려는 미국과 패권국가를 노리는 중국 사이에 낀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중소국가들이 정치적, 경제적 자립을 유지하려는 것은 지역간 통합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일본 안에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1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도 제창했다. 그러나 ‘친미-아시아 경시외교’로 일관했던 고이즈미 총리의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다분히 중국 견제 목적을 띤 안이었다는 점에서 하토야마 구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토야마 구상의 또다른 배경에는 궁극적으로 일본, 남북한, 중국 등 동아시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한국, 중국과 협력체제를 구축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기초로 동아시아 전체의 비핵화를 노린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야스쿠니 신사 대체시설을 공약한 것도 주변국과의 마찰 불씨를 없애기 위한 전략이라는 지적이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한국정치)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미국에서 (하토야마 구상을) 날카롭게 보고 있는 것은 오키나와 후텐마기지 이전 재협상을 주장하는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민주당 정권은 당분간 국내 개혁문제에 치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동아시아 공동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북아시아 공동체를 주창하고 있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러시아사·한반도)는 “하토야마 대표의 구상에는 미국이 빠져있어 실현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도 미국 없이는 움직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므로 미국과 러시아까지 포함해 추진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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