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구 도쿄 특파원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요즘 일본 정치무대의 ‘스타’다. 그는 나고야시 유권자의 26%에 이르는 46만여명의 서명을 최근 이끌어내, 시의회 해산을 위한 주민투표를 사실상 성사시켰다. 12월이나 내년 초 주민투표에서 투표자 과반수가 찬성하면, 75명의 의원으로 구성된 나고야 시의회는 해산된다. 그는 ‘감세일본’이란 지역정당을 만들어 시의회까지 장악할 계획이다. 선거에 힘을 보태기 위해 그는 임기가 한참 남은 시장직을 사퇴하고 시장 선거도 새로 치를 예정이다. 지금 추세라면 지난해 4월 시장 취임과 함께 시작된 이 정치드라마는 앞으로도 흥행에 별 걸림돌이 없어 보인다.
가와무라 시장이 시의회 해산을 호소하는 명분은 시의회가 자신의 공약인 ‘감세’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선거 때 ‘주민세’를 항구적으로 10% 삭감하겠다고 공약해 큰 표차로 당선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복지 축소 등을 이유로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의회는 우여곡절 끝에 감세안을 통과시키기는 했지만, 1년만 감세를 하기로 해, 결국 시장과 정면대립하게 됐다.
시장이 주민들의 지지를 얻는 데는 ‘시의회 의원 수 및 급여 절반 감축’이란 획기적인 공약이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는 ‘자기희생’을 통한 솔선수범에도 빈틈이 없다. 연 2400만엔까지 받을 수 있는 급여를 800만엔으로 줄이고, 4년간 재직할 경우 받을 수 있는 1억2000만엔의 퇴직금도 포기했다. 그런 판이니 75명인 시의원을 38명으로 줄이고, 연간 1633만엔(약 2억2300만원)에 이르는 급여를 817만엔으로 줄이자는 시장의 안을 거부하는 시의원들이 ‘공공의 적’이 되는 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진지하게 따져보면 가와무라 시장이 진정 개혁가인지 의심스런 면도 많다. 주민세 감세는 연간 230억~250억엔의 세입을 줄인다. 이로 인한 재정지출 축소는 당장 저소득계층에 대한 지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시의원 수를 줄이고 급여를 절반으로 줄여봐야 예산 절감액은 연간 10억엔에 그친다. 그런데 시의회 해산 주민투표와 시장 선거를 새로 하는 데만도 9억엔이 든다고 한다. 그럼에도 보통 직장인에 견줘 매우 거액인 나고야 시의원 보수는 이런 머리 아픈 계산을 의미없게 만들고 있다.
‘국민의 봉사자’에 대한 급여가 민간에 견줘 특히 많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급여가 ‘정치활동 보조금’의 성격을 함께 띠고 있다면, 이 또한 고려해야 한다. 급여 수준을 줄일수록, 정치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쉬운 기득권 대변 세력이 정치활동에 매우 유리한 까닭이다. ‘가나가와 네트워크’라는 일본 가나가와현의 지역정당은 월 150만엔에 이르는 소속 의원들의 급여 가운데 활동비 18만엔을 제외한 전액을 기부받아 운영비로 쓴다. 그들은 일본 지방의원 급여 삭감을 시급한 개혁과제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민주노동당도 의원들의 세비를 꽤 기부받아 당 운영비로 쓰고 있다. 정치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개혁·진보 쪽 정치인, 신진 정치인은 의원 세비가 결코 과도하지 않음을 국민에게 설득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치활동과 무관한 사후보상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 국회가 지난 2월 65살 이상 전직 국회의원에게 품위유지비 명목으로 평생 매달 13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의 헌정회육성법 개정안을 조용히 통과시켰다. 정치판에 대한 냉소를 부르고, 의원 세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증폭시킨 일이다. 누가 이를 되돌려야 할까? 일본에서는 ‘의원 한번 했다고 엄청난 액수를 지급하는 지방의원 연금제도’ 폐지 운동을 앞장서 벌이고 있는 곳이 바로 ‘가나가와 네트워크’다.
정남구 도쿄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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