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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특파원 칼럼] 이시하라 신타로의 애국 / 정남구

등록 2012-05-10 19:15

정남구 도쿄 특파원
정남구 도쿄 특파원
그의 언행엔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이 없다
14년째 도쿄도를 이끌고 있는 이시하라 신타로 지사의 얼굴엔 요즘 웃음이 가시지 않는다. 지난달 18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 강연에서 “민간인이 소유한 센카쿠열도 무인도를 도쿄도가 사서 관리하겠다”고 밝힌 뒤, 그는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귀국한 뒤 곧 만난 노다 요시히코 총리한테는 ‘국유화도 검토한다’는 발언을 이끌어냈고, 9일에는 센카쿠열도를 관할하는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시 시장도 만나 ‘공동 매입’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달 27일 개설한 ‘매입기금 모금’ 계좌에는 8일까지 2만3402명이 3억1459만엔을 송금했다고 한다.

영토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든 폭발력이 매우 강하다. 일본인에겐 중국과 갈등을 빚는 센카쿠열도가 특히 그렇다. 경제규모 세계 2위 자리를 중국에 빼앗긴 탓인지, 일본인들은 중국의 움직임에 갈수록 민감해지고 있다. 갈등이 잦아지면서 감정도 나빠지고 있다. <산케이신문>이 지난달 말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도쿄도의 섬 매입 계획에 71.3%가 찬성을 표시했고, 국유화에도 84.5%가 찬성했다. 이시하라는 우익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몸값을 높일 지점을 적확하게 포착했던 셈이다.

여론의 흐름으로 보면 센카쿠열도 섬 국유화는 피하기 어려워졌다. 그런데, 그것이 일본에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길일까? 일본 정부나 도쿄도가 센카쿠열도의 섬을 민간인한테서 사들여도, 일본의 지배력에는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우리 정부가 중국과 영토갈등을 겪는 섬을 잘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기분을 일본 국민이 느끼게 해줄 뿐이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잘못 다루면 중국 내 민족주의자들을 크게 자극할 수도 있다.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것은 그것이 일본에 도움이 되는, 혹은 아무 손실이 없는 자극이냐는 점이다.

국가의 안전보장을 고려할 때, 일본의 최대 고민거리는 욱일승천하는 기세의 중국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이냐다. 중국은 군사력에서 이미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고속성장을 계속하는 중국은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급격히 진척되는 일본을 경제력으로도 크게 앞지를 것이다. 자체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없는 일본은 미국과 동맹을 강고히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그것이 중국과의 충돌을 각오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격한 충돌은 이겨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몇 배에 이르는 비용을 청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동아시아가 번영을 지속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열쇠는 ‘평화 유지’다. 각국에서 갈등 지향적인 민족주의가 창궐하는 것을 억제하는 슬기가 필요한 이유다. 특히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주변국에 엄청난 고통을 주고 패망한 경험을 가진 일본은, 중국이 군부 중심의 팽창주의 노선을 걷지 않도록 더욱 신중한 행보를 해야 한다.

1972년 일본은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센카쿠 문제 해결을 보류하기로 합의했다. 자민당의 반중국·친대만파는 이에 거세게 반발했고, 이듬해 젊은 우파 모임인 ‘청풍회’를 조직했다. 중의원 의원이던 이시하라는 간사장을 맡았다. 40년이 흘러 국제정세가 크게 변했어도, 이시하라의 사고는 그대로다. 올곧긴 하지만, 그의 애국엔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이 없다. 단지 갈등 유발을 통한 인기 유지가 목적인 탓이다.

일본의 독도 도발에 골머리를 앓는 우리에게 이시하라는 반면교사일 수 있다. “지조는 엄명해야 하지만, 실행이 과격해선 안 된다”(<채근담>)고 선인은 충고했다. 이시하라가 미심쩍다면, 독도 문제를 놓고 필요 이상으로 일본의 우익을 자극하고 그들의 입지를 키워주는 우리 안의 행동도 경계해야 한다.

정남구 도쿄 특파원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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