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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특파원 칼럼] 누가 한-일 관계를 파탄 내려 하는가 / 정남구

등록 2013-02-07 19:18수정 2013-02-09 15:03

정남구 도쿄 특파원
정남구 도쿄 특파원
지난해 9월 일본 정부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무인도 3개를 국유화했다. 도쿄도가 사들이면 중국을 더욱 자극한다는 이유를 댔지만, 국유화가 중국이 바라는 ‘현상유지’를 깨뜨리는 것임을 몰랐을 리 없다. 그 뒤 일본 보수세력은 그 파장을 은근히 즐기고 있는 듯하다.

중국의 거센 반발로 일본의 수출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 대비 15.8% 줄었다. 자동차 판매는 아예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 9월부터 4개월 동안 수출액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견줘 5120억엔 감소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에 대해 “눈앞의 이익에 연연해선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가 표방한 ‘가치관 외교’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냉전시대에 소련과 대결을 노골화하면서 내세운 외교방침을 생각나게 한다. ‘민주주의와 기본적 인권’이란 가치는 명확히 중국과의 대결을 겨냥한 것이다.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 중국과 군사적·외교적 대결을 통해 일본 보수정치세력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비록 중국 군부가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은 센카쿠열도 문제를 다시 봉인하자는 견해를 여러 경로로 밝히고 있다. 1972년 중-일 국교 정상화 때 덩샤오핑이 ‘후대의 지혜에 맡기자’고 했듯이, 영유권 갈등이 있음을 인정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자는 것이다. 경제성장이 긴요하고, 국내 문제를 푸는 데 에너지를 집중해야 하는 중국이 미국이나 일본과의 관계를 심각한 긴장으로 끌고 갈 이유는 거의 없다. 하지만 중국의 견해에 동조하는 일본의 정치인들은 뭇매를 맞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역적’이란 소리까지 들었다.

일본 방위성은 중국 함선이 지난 1월 센카쿠열도 주변의 공해상에서 일본 함선과 헬기에 사격 전 표적의 위치와 속도 등을 확인하는 레이더 전파를 쏘았다고 5일 발표했다. 일본 언론은 이를 대문짝만하게 보도하면서, 중국이 긴장을 키우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견해를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런 군사적 움직임을 발표한 것을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이날 내각관방에 ‘영토·주권 대책 기획조정실’을 신설했다. 독도를 포함해 영토 문제를 전담할 중앙정부 조직이다.

일본이 ‘평화헌법’의 굴레를 벗어나,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은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소망이었다. 두번째로 총리직에 오른 아베는 착실히 그 길을 가고 있다.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갈등은 아베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고 나면, 헌법 개정을 향해 한걸음 더 전진할 것이다. 침략전쟁을 반성해온 역사를 뒤집을 것이다. 그다음엔, 북한 핵 등을 핑계로 일본이 핵무장의 길로 나아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일본의 보수세력은 팽창하는 중국에 맞서 한국도 일본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적으로 매우 긴밀하고, 북핵 문제 및 통일을 위해 중국의 협력이 절실한 한국의 처지를 무시한 발상이다. 일본의 침략전쟁에 뼈아픈 기억과 역사를 가진 한국인의 마음을 그들은 헤아리지 못한다. 중-일 관계만이 아니라, 한-일 관계도 지금 매우 위험한 길로 접어들고 있다.

정남구 도쿄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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