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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신동주 “아버지가 찾아갔는데 동생은 문을 잠갔다”

등록 2015-07-30 14:18수정 2015-08-02 14:34

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29일 밤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29일 밤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니혼게이자이 인터뷰로 본 ‘형제의 난’ 깊은 속살

“동생의 왜곡 정보로 1월말 아버지가 날 쫓아내”
“어렵게 말씀드려 5월께 아버지도 진실 파악”
“동생 전횡 보다 못한 아버지가 직접 해임 결심”
“우리쪽 지분 훨씬 많아…주총서 이사진 교체할 것 ”
‘형제의 난’이 이어지고 있는 롯데가의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작심하고 입을 열었다.

신 부회장은 30일치에 공개된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자신과 부친인 신격호(92) 롯데그룹 총괄회장,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이에 있었던 갈등의 전말을 비교적 자세히 밝혔다.

그의 말을 모아 보면 ‘신동빈 회장 쪽에서 자신과 부친 사이를 이간질해 지난 1월 자신을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에서 쫓아냈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또 신 전 부회장은 부친인 신 총괄회장이 최근 일본을 방문했을 때 차남인 신 회장이 자기 방에 틀어 박혀 지팡이를 짚고 방 앞까지 온 부친을 만나지도 않았다며 로열 패밀리 내부 갈등의 속살도 공개했다. 롯데의 ‘형제의 난’이 더 이상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골이 깊어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보도한 신 전 부회장이 인터뷰 내용에 대해 “형제의 난이 일어나고 있는 롯데에서 어느 쪽에게 ‘의’(義·명분)가 있는 것일까. 일방 당사자의 얘기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어 “롯데홀딩스는 비상장 기업으로 신격호 총괄회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두 아들이 신 총괄회장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려 했기 때문에 그룹 전체가 혼란스런 상황에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 전문이다.

‘니혼게이자이’ 웹 화면 갈무리
‘니혼게이자이’ 웹 화면 갈무리
-1월 말에 롯데홀딩스의 직위에서 해임됐는데.
“내가 진행하고 있던 투자 안건이 예산을 오버해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다. 손해는 수억엔 정도였지만, 동빈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으로 추측되는 인물이 곡해된 정보를 아버지께 전해 영원히 추방된 것에 가까운 상태에 놓이게 됐다.”

-해임을 전달받았을 땐 어떤 상태였는가.
“(지난해) 12월 중순께 매달 열리는 경영보고를 위해 아버지가 계신 곳에 갔을 때였다. 매우 진노하셔서 어떤 이유나 설명도 없이 ‘그만두라’고 말씀하셨다. 다음날 쓰쿠다 사장이 일본에서 상무 이상의 직위에 있는 5명에게 ‘한국으로 가라. 회장님(신격호 회장)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명령했다. 거기서 회장님의 얘기가 있었지만 좀처럼 ‘나를 해임한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기다리다 못한 고바야시 마사모토 전무가 ‘동주씨를 해임한다는 얘기로 이해해도 좋겠습니까’라고 물어 ‘그렇다’라고 얘기가 됐던 것 같다. 회장님은 한번 마음을 정하면 얘기도 붙일 수 없는 성격이어서 쓰쿠다가 말하고 있는 게 정확한 게 아니라고 설명하느라 고생을 했다. 주에 1~2번씩 만나서 설명을 드렸다. 얘기를 들어주지도 않는 상태였지만 겨우 5월의 연휴가 시작된 무렵 ‘실제로는 이렇게 된 거였구나’라며 얘기를 들어 주시는 상황까지 됐다.”

-이번엔 반대로 (신격호 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해임하려고 하고 있다.
“7월에 크게 상황이 변했다. 쓰쿠다가 (회사에 오랜 시간) 공적이 있는 이사 등을 지난 1년 동안 9명이나 그만두게 한 것에 아버지가 화가 나셨다. 그래서 7월3일 직접 (쓰쿠다 사장의) 해임을 지시하셨다. 그러나 다음주 쓰쿠다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출근을 했다. 동빈도 중국 사업을 시작해 한국 롯데의 실적을 (아버지께)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동빈이 일·한 양국의 경영을 보고 있다(담당하고 있다)는 신문 기사가 나왔지만, 아버지는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18일 아버지께서 동빈을 일본 롯데홀딩스의 직위에서 해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동빈은 아버지의 얼굴도 보지 않고, 사임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께서 무시당한 것에 대해 화가 나 ‘내가 직접 가서 말하겠다’며 일본에 온 것이다.”

-27일 도쿄의 롯데 본사에서 어떤 공방이 오갔나.
“(아버지를 제외한) 이사 6명을 해임하고 집행 이사 4명을 선임한다는 인사를 발표했다. 아버지께서 (28일 롯데홀딩스 이사회 결정을 통해) 퇴사(쫓겨난 뒤)한 뒤 취소되었지만…. 롯데의 인사는 창업 이후 회장이 전부 정해왔다. 이번 건에 관해선 아버지의 지시서도 있다. 인사는 통상 구두로 하고, 서류에 사인을 하는 정도까지 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회장(신격호 회장)은 일관되게 이 인간(신동빈 회장)을 쫓아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그래도 듣지 않으니 일본에 와서 전하겠다고 했다. 내가 무리하게 회장님을 데려 온 것이 아니다. 그건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신 회장은 당시 신격호 회장을 뵙지 않았나?
“27일에 회사에 있었던 것 같지만 아버지가 불러도 오지 않고 방에 틀어 박혀 있었다. 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동빈이 있는 방 앞까지 갔지만 동빈이 방을 잠그고, 부르는 말에 답하지 않았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휠체어에 앉은 이)이 27일 밤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서 입국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휠체어에 앉은 이)이 27일 밤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에서 입국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격호 회장은 92살로 고령인데 건강 상태는 어떤가?
“1년 반쯤 전에 뼈가 부러져 수술을 했다. 한때 휠체어를 타게 됐지만 지팡이를 짚고 걸을 수 있다. 경영자로서 판단 능력에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동빈은 나를 해고한 뒤 ‘회장의 판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일 (롯데) 모두 (아버님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 롯데의 경영 간부는 왜 신 회장 쪽에 붙어 있는가?
“예전부터 자라온 임원들을 모두 쫓아내고 쓰쿠다가 올린 인간들로 바뀌고 말았다. 우리는 제조사이지만, 지금은 공장을 경험한 이사가 한 명도 없다. 뭔가 트러블이 발생했을 때에 중대성을 바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 그것을 우려하고 있다. 제품 제조사에 하나의 사고가 발생하면 망할 수 있는 시대다. 기술을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 가을에 제과회사에선 신제품을 내지만, 롯데의 개발은 정체돼 있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제조사는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설비투자를 한다. 성공할 보증은 없지만 투자하지 않으면 획기적인 상품은 나오지 않는다. 투자를 결단해야 하지만 은행 출신의 사람들이 경영진에 있어 ‘실패를 하지 않는 방침’으로 (회사의 체질이) 변한 것 같다. 아무도 새로운 것을 하지 않으려 한다. 디자인이나 신제품도 정하지 못하고 기계도 살 수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당신은 일본, 신동빈 회장은 한국이라는 경제 간의 한-일 분업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원래 그럴 계획으로 해 와서 (한국 쪽의 사업에) 불필요한 말을 하거나 손을 대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저쪽에선 달랐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당신이 불문율을 깨고 한국 롯데제과의 주식을 사 모았다는 얘기도 있다.
“사실이지만 오해가 있다. 그것은 회장님의 지시였다. 2013년이었나. 아버지로부터 회사의 주식을 사라는 말씀을 들었다. 동빈에게 대항해 주식 보유율을 높이려 했던 것은 아니다.”

-주주총회를 열기 위해 행동을 시작하는 것은 언제인가?
“가능한 한 빨리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사회에서 결의가 없으면 할 수 없다. 주주총회에선 이사직의 교체를 제안할 것이다. 롯데홀딩스의 결의권은 아버지가 대표인 자산관리회사(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비공개 기업 광윤사를 뜻하는 듯)가 33%를 갖고 있다. 나는 2%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종업원들이 32% 넘게 주식을 갖고 있다. 이를 합치면 3분의 2 정도가 된다. 동빈의 결의권은 롯데홀딩스에서도 자산관리회사에서도 나보다 낮다. ‘종업원주주모임(우리사주조합)에선 27일 이사회를 열어 이사 해임에 찬성할 것을 정했다. 그러나 이사장도 해임이 됐다. 동빈 쪽의 이사장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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