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 전투 종결 71주년을 맞아 열린 ‘위령의 날’ 행사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오키나와/AFP 연합뉴스
“매국노협정 개정”, “돌아가” 야유
오키나와인들 분노 한계 이른듯
오키나와인들 분노 한계 이른듯
“아베, 돌아가!”
23일 오키나와 남부 이토만시에 자리한 오키나와 평화기념공원. 이날 공원에서 진행된 제71회 오키나와 ‘위령의 날’ 행사장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모습을 드러내자 분노한 오키나와인들이 야유의 함성으로 그를 맞았다. 일부 시민들은 아베 총리에 대한 귀빈 소개가 이어지는 와중에 “돌아가”라고 소리를 질렀고, 한 남성(63)은 “일-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매국노 협정을 개정해 달라”고 소리를 지르다 경찰에 의해 행사장에서 끌려 나가기도 했다.
아베 총리가 이날 행사에서 봉변을 당한 것은 지난 4월 말 미 해병대 출신 군무원에 의해 오키나와 여성(20)이 살해된 비극을 계기로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부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본토에 대한 반감이 더욱 강해졌기 때문이다.
일본 전체 면적 가운데 오키나와의 비율은 0.6%지만, 전체 주일미군의 74%가 섬에 집중돼 있다. 그로 인해 오키나와인 6만5000명은 지난 19일 현민대회를 열어 미국 정부의 사죄와 완전한 보상, 오키나와 미 해병대의 철수와 미군기지 대폭 정리·축소, 미-일 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근본적인 개정 등을 요구했다.
아베 총리와 오키나와의 악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차 내각 때인 2007년 오키나와 전쟁의 가장 끔찍한 비극인 오키나와인 집단자결(오키나와인들이 일본군의 지시에 의해 가족들을 죽이고 스스로도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군이 강요”했다는 기술을 빼라는 검정 결과를 내놓았다. 당시 오키나와에서 11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현민대회가 열려 아베 총리를 성토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예상대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한편, 재발 방지와 엄정한 대응을 요구했다”는 원칙론을 언급했을 뿐 오키나와인들이 요구해 온 근본적인 기지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한편, 오나가 다케시 지사가 오키나와 평화선언을 낭독하는 과정에서도 돌발상황이 이어졌다. 한 남성이 오나가 지사에게 “(20살 여성의 죽음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 오나가.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러 오라”고 소리를 질렸기 때문이다. 이 남성은 곧바로 대회장에서 끌려 나가갔다고 <류큐신보> 등 지역 언론들이 전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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