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135명 이상 나온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정박한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항에 구급차와 방호복을 입은 이들이 보인다. 요코하마/EPA 연합뉴스
탑승자 중 최소 13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로 확진된 일본 정박 크루즈선에 대한 대처를 놓고 일본 정부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 전원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하느냐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기침이나 발열 증상이 있는 탑승자 및 유증상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에 한해 바이러스 검사를 했다. 하지만 5일부터 감염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아직 검사를 받지 않은 탑승자 3000여명도 전원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도 10일 각의(국무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되도록 국민의 불안과 염려에 대해 확실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전원 검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같은 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현실적으로 (전원 검사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엇박자를 냈다. 일본 정부는 국립감염증연구센터와 전국 지방연구센터 검사 기기를 활용하면 물리적으로는 하루 약 1500명까지 검사를 할 수 있지만, 지방연구센터의 경험 부족 등 때문에 한꺼번에 대량 검사가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탑승객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크루즈선에 탄 54살 여성은 11일 <아사히신문>에 며칠 전 38.5도에 이르는 고열로 배 안에서 진찰을 받았으며, 진찰 뒤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를 처방받았다고 전했다. 이 여성은 신종 코로나 감염증이 아닐까 걱정돼 바이러스 검사를 의뢰했지만 긴급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증상이 없는 탑승자도 19일까지는 배에서 머무르게 할 방침이지만, 탑승객들은 선상 강제격리의 장기화로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11일 크루즈선 승객 중 지병이 있는 사람과 고령자 등은 조기 하선시킬 방침이라고도 보도했다. 초기 검역을 승객 위주로 하면서 승무원 검역은 소홀해졌고, 이 때문에 승무원을 통한 감염 확대 가능성도 지적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 감염자는 일본 내 감염자 수로 집계하지 않고, 일본 언론에도 이를 요구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일본 언론도 크루즈선 감염자 135명을 포함해 일본 내 전체 감염자 수를 163명으로 세고 있는데, 이는 진원지인 중국을 빼면 다른 나라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다. 일본 정부는 이미지 저하를 걱정해 크루즈선 감염자는 상륙 전이라는 이유로 ‘기타’로 분류하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일본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마이니치신문>은 “전세기로 귀국한 이들 중에 일본 상륙 전 (중국에서)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일본인도 (국내 감염자 수에) 포함된 상황에서 합리성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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