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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집단 감염’ 크루즈 승객 하선…“비참한 상황, 일 정부 대응 엉망”

등록 2020-02-19 18:23수정 2020-02-20 02:38

“승무원들 마스크 안쓴 채 오가고
위험-안전구역 구분 없이 뒤죽박죽
에볼라·사스 현장서도 무섭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도 무서워”

승객 500명 첫 하선 21일까지 순차적으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내린 승객이 19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서 가방을 끌고 걸어가고 있다. 요코하마/신화 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내린 승객이 19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서 가방을 끌고 걸어가고 있다. 요코하마/신화 연합뉴스

19일 오전 11시께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항 다이코쿠 부두에서 커다란 가방을 끌면서 사람들이 하나둘 걸어가기 시작했다. 최소 542명의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이다. 지난 5일 강제 선상 격리가 시작된 뒤 14일 만이다.

하지만 이날 뭍에 오를 수 있었던 승객은 음성 판정을 받은 이들뿐이다. 또한 음성 판정 결과가 나왔어도 확진자와 한 방을 썼던 승객은, 감염자가 방에서 나간 뒤 14일간 추가로 배에서 격리된다. 미리 지정한 길로 걸어나오던 승객들은 크루즈선에 남은 승객들에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부두 주차장에는 일본 정부가 미리 마련해둔 버스 10여대가 서 있었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버스에 나눠 타고 요코하마 시내 주요 역에 내린 뒤, 각자 대중교통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지바현에 산다는 62살 남성은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에 나와 “검사를 받은 뒤 혹시 양성반응이 나오면 어쩌나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며 “창이 없어 햇빛도 들지 않는 방에 있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19일 약 500여명이 내렸으며, 음성 판정을 받은 승객은 21일까지 차례차례 내리게 된다.

일본 정부는 하선 승객을 육지에서 추가 격리하는 조처는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자국민을 전세기로 귀국시킨 미국 정부는 캘리포니아 공군기지 등에서 14일 추가 격리를 택했다. 일본과는 상황을 다르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크루즈선에서만 54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일본 전문가들도 정부의 어설픈 대처를 비판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인 이와타 겐타로 고베대 교수는 18일 크루즈선에 들어갔다가 하루 만에 쫓겨났다며, 일본 정부 대응을 질타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영어판까지 합쳐 5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와타 교수는 에볼라와 사스가 퍼졌을 때 아프리카와 중국 현장에 있었다며 “아프리카에서도 중국에서도 무섭지는 않았는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안은 정말로 비참한 상황이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서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감염병 확산 현장에는 바이러스가 있는 ‘레드 존’과 안전한 ‘그린 존’이 구별돼 있어 전문가들은 몸을 보호할 수 있는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안은 구별이 없어 “뒤죽박죽인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디에 바이러스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며 마스크를 쓰지 않은 승무원, 열이 난다고 객실에서 나와 의무실로 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배 안에 상주하는 감염병 전문가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18일 후생노동성 허가를 받아 배에 올랐지만 같은 날 저녁 5시께 갑자기 내려오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크루즈선을 빼고 74명의 확진자가 나온 코로나19 사태 전반에 대한 일본 정부 대응도 갈팡질팡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초기에는 중국 후베이성 전세기 귀국자들에게 자택 귀가를 허용했다가 비판이 나오자, 호텔과 시설 격리로 방향을 바꿨다. 첫번째 전세기 귀국자를 지바현 호텔에 있게 했는데 객실이 부족해 일부는 같은 방을 쓰게 했다. 실제 다인실을 쓴 사람 중 2명의 감염이 확인되기도 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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