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내린 승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버스를 타고 있다. 요코하마/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일본 정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이 발열 증상을 보인 뒤에도 일주일 동안 바이러스 검사도 받지 않고 배에 머문 것으로 드러나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20일 오후 발표를 보면, 이날 사망한 84살 일본인 여성한테 지난 5일 발열 증상이 발견됐다. 6일에는 설사 증상도 나타나 크루즈선 안에 있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으나 하선하지 않았다. 결국 배에서 내려 병원에 입원한 것은 발열 증상 일주일 뒤인 지난 12일이었다. 바이러스 검사도 12일에 진행했다. 지병도 없었던 여성은 결국 20일 숨졌다.
후생노동성 간부는 여성을 빨리 육지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배 안에서 지낼 수 있는 상태였다고 이해하고 있지만, 그 이상 정보는 없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여성의 사인은 폐렴이었다. 같은 날인 20일 사망한 87살 남성은 10일에 발열 증상을 보여 이튿날인 11일 육지 병원으로 이송하고 바이러스 검사도 했다. 남성은 천식 등 지병이 있었다. 남성의 사인도 코로나19 감염증이었다.
지난 3일부터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승객 상당수가 고령자였기 때문에 장기 선상격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이전부터 있었다. 사망자까지 나오면서 선상격리 조처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도쿄에 있는 병원인 나비타스클리닉의 이사장인 구스미 에이지는 “격리된 배 안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는 강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면역 기능과 심장 기능이 저하돼 사망률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며 “앞으로도 고령자 사망하는 경우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1일 전했다. 그는 “위중한 상태가 된 사람을 구할 수 없게 된다면 일본은 국제적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최소 634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온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 중 바이러스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온 이들의 하선은 21일까지 이어졌다. 이들은 대중교통을 타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귀가한 탑승자 일부도 오래전에 검사를 받아 자신이 감염되지 않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20일 전세기를 타고 돌아간 오스트레일리아인 160명 가운데 2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호주 보건부가 발표했다. 음성이고 증상이 없어 전세기를 탔던 이들이다.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는 가나가와현의 구로이와 유지 지사도 “(격리는)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선택지였다”며 “결과적으로는 철저한 감염 방지가 되지 않았고 격리 중에 새로 감염이 확산됐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 시인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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