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선 ‘방역 구멍’ 비판에 수습 나선 일본…뒤늦게 “하선한 승객에게 매일 전화”

배안에선 ‘음성’, 귀가 뒤엔 양성 판정 속출
코로나19 검사 신뢰성 흔들리자 “매일 전화”

23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에서 행인들이 마스크를 쓰고 걸어가고 있다. 요코하마/AFP 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크루즈선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바이러스 검사에 구멍이 뚫린 점이 속속 드러나자, 하선한 승객에게 매일 전화를 걸기로 하는 등 수습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23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내린 뒤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자국민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21일에도 이 배에 탑승했던 이스라엘인 중 1명이 귀국 뒤 감염 판정을 받았다. 2명 모두 일본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 귀국행 비행기를 탔다. 오스트레일리아인과 미국인 탑승자 중에서도 귀국 뒤 감염 판정을 받은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 내에서도 지난 22일 도치기현에 사는 60대 여성이 크루즈선에서 내린 뒤 감염 판정을 받았다. 이 여성은 다른 하선자들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갔다.

당황한 일본 정부는 23일 당초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점검한다던 하선자 건강 상태를 앞으로는 매일 전화를 걸어 확인하겠다고 발표했다. 크루즈선 감염 검사에 구멍이 뚫린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자, 승객들 사이에서도 우려했던 일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탑승자였던 나가노현 거주 70대 남성은 “(음성 판정이 나왔지만) 감염됐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4일 전했다. 이 남성은 자신이 검사를 받은 것은 지난 15일이고 배에 내린 것은 20일이라고 했다. 검사 뒤 감염됐을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하선한 것이다. 또한 검사 전에 감염됐다 하더라도 검사 시기가 감염 초기였으면 몸 안에서 바이러스가 적게 검출돼 음성으로 판정이 나올 수도 있다. 검사가 누락된 채 하선한 경우도 있다. 후생노동성은 하선한 승객 중 23명이 방역 작업 시작 시기인 지난 5일 이전에 검사했다며 재검사를 받아달라고 뒤늦게 요청했다.

정기적으로 하겠다고 이전에 밝혔던 하선자 건강 상태 점검도 제대로 실행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19일 배에서 내린 70대 도쿄 거주 부부는 후생노동성이 하루 뒤인 20일에 한 번 전화를 걸어왔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24일 오전 기준 일본에서는 감염자가 최소 838명(크루즈선 691명 포함)이다. 감염자 중에는 노인요양 시설 직원과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급식을 배식하는 일을 하던 이도 포함되는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감염 우려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감염자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24일부터 이틀간 전문간 회의를 열고, 25일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