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 설치된 올림픽 로고 앞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걸어가고 있다.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탓에 일본에서 3.11 추도식과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성화 관련 행사 등 각종 행사 대폭 축소가 추진되고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동일본대지진의 희생자를 추도하기 위해 해마다 정부 주최로 도쿄에서 열어온 추도식을 올해는 대폭 축소할 방침이라고 27일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행사 등에 대한 개최 필요성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한 점에 근거해,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은 3.11 추도식에만 그치지 않는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성화 도착식과 출발식은 무관중으로 행사를 치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도쿄올림픽 성화는 다음달 20일 미야기현 항공자위대 마쓰시마 기지에 그리스에서 항공편으로 도착할 예정이다.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참석해 도착식을 열 예정이었다. 다음달 26일에는 후쿠시마현에 있는 축구 훈련장인 ‘제이(J) 빌리지’에서 일본 내 성화 봉송이 시작된다. 출발 장소인 제이 빌리지는 후쿠시마원전 사고 수습을 위한 전진 기지로 쓰였다가, 지난해 축구 훈련 시설이라는 본 모습을 되찾았다. 성화가 이곳에서 출발하는 데는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을 ‘부흥 올림픽’으로 홍보하기 위한 의미가 녹아있다. 아베 총리가 참석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성화 관련 행사가 도쿄올림픽 개막 전 최대 행사이기 때문에 중지는 하지 않지만, 규모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주요 행사 잇단 축소 검토는 아베 총리가 전날인 26일 열린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앞으로 2주 동안 많은 사람이 모이는 전국적인 스포츠 및 문화 행사의 연기나 중지, 또는 축소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2주가 감염 확대냐 수습이냐의 갈림길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 의견에 바탕을 둔 발언이다. 아베 총리 언급에 따라서 문부과학성이 스포츠 및 문화 관련 각 단체에 당분간 공연 및 행사 중지 또는 연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일본 정부는 25일 발표한 감염방지 기본 방침에서 정부가 각종 행사의 일률적 자제 요청은 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하루 만에 사실상 내용이 뒤집혔다.
아베 총리 자제 요청 발표에 26일 저녁에는 인기 그룹 ‘퍼퓸’의 도쿄돔 공연이 공연 예정 시간 불과 90분을 앞두고 취소되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프로야구는 개막전을 무관중으로 치르기로 했다. 경마와 경정도 당분간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른다. 오사카에서 다음 달 8일부터 열릴 예정인 스모 대회도 무관중 대회나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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