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못 받았던 조선학교에 마스크 보낸 일본 시민·동포들

박양자 사이타마 조선유치원 원장
“제외 답변에 머릿속 하얗게 돼
앞으로 아이들 어떻게 지키겠는가
시민·동포들이 마스크·소독제 등 보내와
사이타마시 오후 방침 바꿔 배포 발표”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가 관내 유치원 등에 마스크를 배포하면서 조선유치원은 제외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일본 시민과 재일동포들이 사이타마 조선유치원에 마스크와 휴지, 손 소독제 등을 가져다 주고 있다. 13일 오후 사이타마시는 방침을 바꿔 조선학교에도 마스크를 배포하기로 했다. 사이타마조선초중급학교 페이스북 갈무리.

“만일 앞으로 다른 일이 있어도 우리는 제외될 것 아니냐. 아이들을 어떻게 지킬 수 있겠는가.”

박양자 사이타마 조선 초·중급 학교 유치부(사이타마 조선유치원) 원장은 13일 사이타마시가 시 비축 마스크 배포 대상에서 조선학교 유치원은 제외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머리가 하얗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사이타마시는 시가 비축해뒀던 마스크 24만장을 사이타마시 내 보육소(어린이집), 유치원, 방과후교실과 고령자 시설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해서 배포할 계획을 세우면서, 사이타마 조선유치원과 민간 학원들을 대상에서 제외했다. “일본 언론에서 마스크 배포 계획 기사를 보고 시에 전화했을 때만 해도 어디에서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려는 목적이었다. 설마 제외됐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일본 정부 태도는 늘 이런 식이다. 유아교육 무상화 재원이 (일본 국적자뿐 아니라 재일동포나 외국인도 내는) 소비세인데도 유아교육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학교 유치원은 제외됐다.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싶다”고 말했다.

사이타마시는 처음에는 조선학교 유치원에 마스크를 배포하면 시가 감독 시설이 아니라서 “부적절한 일이 일어나도 감독할 수 없으니 배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이타마 조선학교 유치원이 “부적절한 일이 무엇이냐”며 항의하자 사과했다. 사이타마시는 13일 오후 방침을 바꿔서 조선학교 유치원에도 마스크를 배포하기로 했다. 시즈미 하야토 사이타미시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해를 하면 곤란하다. (사이타마시가 감독하지 않는) 국립유치원 등에도 (마스크는) 들어가지 않았다. 조선학교라서 제외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이타마 조선유치원이 마스크 배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 시민과 재일동포들이 사이타마 조선유치원에 마스크와 휴지, 손 소독제 등을 전달했다. 박 원장은 “덕분에 마스크는 이번 달 정도 견딜 양이 도착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작은 시설이기 때문에 시에서 마스크를 줘도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닐 것이다”며 “마스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이타마 조선유치원 원생은 41명이고 직원은 7명이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