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일본 미야기현 마쓰시마 항공자위대 기지에 도착한 성화를 일본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들어 보이고 있다. 히가시마쓰시마/로이터 연합뉴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JOC) 내부에서도 도쿄올림픽(7월24일~8월9일)을 연기해야만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 유도(52㎏급) 동메달리스트로 도쿄올림픽조직위 이사인 야마구치 가오리는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선수들이 충분히 연습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최는 ‘선수 우선’ (태도가) 아니다.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0일 전했다. 앞서 이달 초 다른 도쿄올림픽조직위 이사 중 한명이며 광고회사 덴쓰 출신인 다카하시 하루유키가 도쿄올림픽의 올여름 개최가 어려워지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는 개최를 1~2년 연기하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는데, 이번에는 아예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 셈이다.
야마구치 이사는 “세계적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데 (예정대로) 7월에 개최해도 누가 기뻐하겠는가”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은 전쟁으로 비유되고 있는데, 일본은 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정대로 개최) 반대를 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다. 도쿄올림픽조직위 안에서도, 선수들도 ‘연기하는 편이 좋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7월 개최’를 굽히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야마구치 이사가 “선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그는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를 실현하는 이념을 내걸고 있다. 세계인들이 즐거운 상황에서 개최해야 한다”며 “개최를 강행하면 올림픽 자체에 의문이 들게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무섭다”고도 말했다.
한편, 그리스 아테네에서 채화된 성화가 20일 오전 일본에 도착했다. 미야기현 마쓰시마 항공자위대 기지에 도착한 성화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인 후쿠시마 등 도호쿠(동북) 지방 3개 현에 ‘부흥의 불’로 전시된다. 이후 26일부터 후쿠시마현 후타바마치에 있는 축구 연습장인 ‘제이(J)빌리지’를 시작으로 일본 내 성화 봉송이 시작될 예정이다. 성화 출발식은 코로나19 때문에 관중이 없는 상태로 치러진다.
그러나,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 위원장은 19일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지금 도쿄올림픽 개최 방향을 결정하기는 이르다는 생각을 내비치면서 “물론 다른 시나리오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앞날은 안갯속이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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