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시 센다이역에서 전시된 성화를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찍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인 미아기현, 이와테현, 후쿠시마현에서 성화를 ‘부흥의 불’이라며 전시한 뒤, 26일부터 일본 내 성화 봉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센다이/UPI 연합뉴스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를 들면서 도쿄올림픽(7월 24일~8월 9일)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연기 또는 취소가 점점 현실성을 더해가면서, 일본 내에서도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서 연기 시기를 저울질하는 논의가 늘고 있다.
미국육상협회는 22일 맥스 시걸 회장 명의로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에 공개서한을 보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도쿄올림픽 연기를 요청하라고 요구했다. 시걸 회장은 서한에서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미국육상협회의 최우선 가치는 우리 선수와 지도자, 지원인력, 자원봉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세계 대유행) 탓에 우리 선수들은 엄청난 압박감과 스트레스, 불안을 겪고 있다”고 적었다. 앞서 미국수영연맹도 21일 “도쿄올림픽을 1년 연기하도록 요구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에 보냈다. 양 협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어서, 도쿄올림픽 연기가 현실미를 더해가고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노르웨이올림픽위원회는 국제올림픽위에 공식적으로 도쿄올림픽의 연기를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그리스에서 도착한 성화를 동일본대지진 피해 지역인 도호쿠(동북) 지방에서 ‘부흥의 불’로 전시하며, 공식적으로는 연기하자는 말을 꺼내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서는 취소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연기를 고려하고 있는 듯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7일 주요7개국(G7) 화상 회의 뒤 “인류가 코로나19에 승리한다는 증거로서 (도쿄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실현하는 데 대해 주요 7개국의 지지를 얻었다”고 말했으나, 예정한 시기에 개최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국회에서 완전한 형태에 시기도 들어가냐는 질문이 나왔으나, 분명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이 연기된다면 시기는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은 올해 여름 대신 가을에 여는 방법이 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은 10월 10일~24일까지 가을에 열렸다. 그러나 올해 가을까지 코로나19 감염 확산 문제가 수습될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두 번째로는 현재 세계 일부 경기단체에서 주장하는 1년 연기다. 문제는 2021년 7~8월에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그리고 8월에는 육상선수권대회라는 대형 스포츠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중계료와 대회 후원 계약이 걸려있기 때문에 올림픽 때문이라고 해도 양 대회를 연기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세 번째로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 이사 중 한 명인 다카하시 하루유키 등이 주장하는 2년 연기론이다. 2022년 2월에는 중국 베이징겨울올림픽, 9월 중국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 11~12월 카타르 도하 축구월드컵이 열린다. 다만, 도쿄올림픽이 열릴 예정인 7~8월에는 초대형 스포츠 경기가 없다. 문제는 대회가 2년이나 연기되면 현재 뽑힌 각국 대표들의 경기력에 변화가 생겨서, 대표를 다시 뽑아야 할 수 있다. 이 경우 이미 뽑힌 선수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언제로 연기해도 연기는 그렇게 쉬운 선택이 아니다. 올림픽에는 경기장뿐 아니라 여러 행사장과 숙박시설을 확보해야 하는데, 연기된 시기에도 다시 쓸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예를 들어서 도쿄올림픽 메인 프레스 센터로 쓰일 예정인 도쿄 빅사이트는 평소에도 각종 박람회가 열리는 장소다. 통상 1년 반 이전부터 행사장 사용 예약을 받으며, 이미 2021년 8월분부터 예약이 시작됐다. 이런 대형 행사장은 많지 않아서 대체지를 구하기도 어렵다. 패럴림픽 경기 7경기가 열릴 예정인 지바시 소재 전시장 마쿠하리멧세도 사정은 비슷하다. 도쿄가 2020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2013년부터 7년 동안 준비해왔던 일 상당수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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