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일본 도쿄 우에노공원 안 통행금지 된 벚나무길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통행금지’
일본 도쿄도가 주말 외출 자제를 요청한 첫날이었던 지난 28일, 도쿄의 벚꽃놀이 명소인 우에노공원 벚나무길에 저지선과 통행금지 팻말이 내걸렸다. 젊은 남녀 한쌍이 저지선 안에 ‘격리’된 벚꽃을 보며 탄식을 내뱉었다. “아, 아깝다!”
매년 3월 하순~4월 초순 벚꽃놀이 기간, 하루 수십만명씩 400여만명이 우에노공원을 찾는다. 올해는 그 수가 10분의 2 수준으로 줄었다. 우에노공원은 ‘물리적(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술을 마시는 이른바 ‘연회’를 금지했다. 매년 이맘때 연회 인파가 벚나무길 양쪽 가장자리를 꽉 메웠지만, 이날은 모두 사라졌다. 주말 우에노공원에서는 ‘버스킹’ 공연이 활기를 띠는데, 이날은 한 팀도 볼 수 없었다. 우에노동물원이 문을 닫았고, 동물원 근처에서 사람들로 북적이던 노점들도 자취를 감췄다. 절정을 지난 벚꽃은 바람에 흩날리며 지고 있었다.
벚꽃놀이를 하는 이들은 격감했지만 ‘통행금지’ 팻말 앞에서 사진을 찍는 인파도 적지 않았다. 야마다 히로시(35·남)는 자전거를 타고 나와서 통행금지 팻말 안쪽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찍고 있었다. 그는 “도대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서 와봤다”며 “자리를 잡고 앉아서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잠깐 지나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일 오후 우에노공원과 주변을 산책한다는 60대 여성이 말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요청이 애매하다. 주말 외출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 자제해 달라고 했다. 외국처럼 외출 금지를 하지 않는 한 이런 모습은 계속될 것 같다.”
이날 도쿄 시내 또 다른 벚꽃놀이 명소인 요요기공원도 일부 구간 통행이 금지됐다. 입장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는 공원인 신주쿠교엔은 이번 주말 아예 문을 닫았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인 아키하바라도 인파는 확연히 줄었으나 인적이 뜸한 정도는 아니었다. 우에노공원 주변과 아키하바라역 주변은 일부 상점이 임시 휴업했을 뿐 대부분 문을 열었다. 도쿄 주오구 주택가 근처도 일부 상점이 “외출 자제 요청으로 임시 휴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내걸었으나, 절반 이상은 문을 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도쿄도를 중심으로 환자가 급증하자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번 감염이 폭발할 경우 구미의 사례를 추산하면 향후 2주간 30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며 “이번 싸움은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고 경고한 터였다.
실제로 다음날인 29일 도쿄에선 신규 확진자 68명이 확인되는 등 코로나19 감염자 수 증가가 1일 최대치를 다시 경신했다. 도쿄 내 누적 감염자 수는 430명이다. 집계 시간이 다르고 도쿄도 면적이 서울의 두배가 넘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불과 며칠 사이에 서울(410명)과 도쿄 확진자 수가 비슷해졌다. 이 방송에 따르면 이날 저녁 일본 전체 감염자 수도 최소 139명이 새로 확인돼 2575명(크루즈선 집단 감염 포함)으로 늘어났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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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역 주변 거리에서 시민들이 건널목을 건너고 있다. 주말 외출 자제 요청으로 인파는 줄었지만 인적이 뜸할 정도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