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일본 오사카에서 유명 코미디언 시무라 겐(70)이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숨졌다는 뉴스가 뜬 전광판 앞으로 마스크를 쓴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오사카/교도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이유로 한국, 중국, 미국 전역에 대해 입국을 거부할 방침이다.
<아사히신문>은 30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일본이 한·중·미 전역과 영국 등 유럽 거의 전 지역에서 오는 외국인 입국을 거부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30일 보도했다. 전날 일본 외무성은 외교 경로로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일본 정부는 하루이틀 안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이런 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본 정부는 이들 국가에 대한 감염증 위험정보도 ‘레벨3’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레벨3은 일본인의 외국 방문 중지 권고에 해당한다.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관련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고 일본 쪽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미 한국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 그리고 중국 후베이성과 저장성 등에서 오는 이들에 대해 입국금지 조처를 내렸다. 지난 9일부터는 한국 전역에 대해 무비자 입국 중단, 기존 발급 비자의 효력 정지 같은 ‘입국제한’ 조처를 펼쳤는데 중국에 대해서도 기존에 발급한 비자의 효력을 정지했다. ‘입국금지’까지 시행되면 2주 이내에 해당 국가에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본 입국이 금지된다.
일본 정부의 ‘극약 처방’ 배경엔 최근 급증하고 있는 확진자 수가 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을 보면, 30일 저녁 7시30분 기준으로 일본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638명(크루즈선 집단감염 712명 포함)이다. 지난 23일 후생노동성 집계와 비교해보면 불과 일주일 만에 814명이 늘었다. 도쿄에서는 30일까지 누적으로는 44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일본의사회는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긴급사태를 선언해달라”고 했다.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외출 자제 요청과 다중이용시설 금지 지시 등을 할 수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30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긴급사태 선언과 관련해서는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 의견에 근거해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업계에 인공호흡기 증산도 요청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상은 지난 29일 기자단에 “경제산업성이 인공호흡기 3천대를 확보하고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증산할 수 있을까 (업계와)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호흡요법학회와 일본임상공학기사회에 따르면 2월 중순 기준으로 일본 병원 등에 약 2만2천여대 인공호흡기가 설치되어 있다. 일본 정부는 기존 설치 대수에 정부 비축 분량을 더해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니시무라 경제재생상은 증산 목표치에 대해서는 “되도록 많이”라고 답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5일 한국과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제한 조처를 발표했을 때도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지만, 여론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정부가 설치한 전문가회의의 논의를 거치지도 않고 입국제한 조처를 확대했다. 또한 입국제한 조처에 대해서 초기 방역에 이미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0일 발표한 전화 여론조사(응답자 1085명)에서 지금까지 정부 대응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이 47%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의견 44%보다 높았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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