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경찰관이 인적이 드문 건널목에 서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모두 한국보다 많아졌다. 감염자 수는 최근 9일 사이에 갑절 가까이 늘어났고, 1년 이내 수습이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집계에 따르면 19일 0시 기준으로 일본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만1145명(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집단감염 712명 포함)이다. 사망자는 237명이다. 한국 질병관리본부가 같은 시각 기준으로 집계한 한국 확진자는 1만661명이며, 사망자는 234명이다.
일본 내 확진자 수는 일본 정부가 일본 내 감염으로 집계하지 않는 크루즈선의 경우를 빼놓고 보더라도 지난 9일 5545명을 기록한 데 이어, 18일엔 1만명을 돌파(1만433명)했다. 불과 9일 만에 갑절 가까이 늘었다. 일본 정부 집계에선 1월15일 첫 감염자가 확인되고도 3월 중순까지는 감염자가 1천명이 되지 않았지만, 지난 15일(548명) 이후 확진자는 나흘 연속 500명 이상 증가했다.
병원 내 감염으로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큰 문제다. 오사카부에서는 18일 확진자가 88명 나왔는데 절반가량인 41명이 오사카시 이쿠노구에 있는 병원의 환자와 직원이었다. 도쿄도 스미다구에 있는 도립병원으로, 코로나19 환자를 진찰하는 ‘감염자지정의료기관’인 ‘보쿠토병원’에서도 감염자가 최소 23명이 확인됐다. 다이토구에 있는 가장 큰 병원으로 코로나19 감염 환자도 치료했던 에이주종합병원에서는 병원 내 감염으로 19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최소 25명이 사망했다.
감염자가 늘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상 부족 현상도 심각해지고 있다. <교도통신>은 지난 17일 조사 기준으로 도쿄도, 오사카부 등 8개 광역지자체는 감염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 여유가 20% 미만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감염 의심환자가 구급차에 실려 가도 입원할 곳을 찾기 어려운 일이 발생하고 있으며, 도쿄도는 시내 호텔을 빌려서 경증 환자를 수용하고 있다.
오사카부는 방호복이 부족하다며 방호복 대용으로 쓸 수 있게 시민들에게 비옷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입소자와 직원, 가족까지 최소 118명이 감염된 지바현 장애인 복지시설에서도 직원들이 방호복 대신 쓰레기봉지 비닐봉투를 입고 분투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전했다. 일본구급의학회와 일본임상구급학회는 “구급의료 체제의 붕괴를 이미 실감하고 있다”는 긴급성명을 지난 14일 냈다.
유전정보를 토대로 치료하는 게놈의학 분야 권위자인 나카무라 유스케 미국 시카고대 명예교수는 19일 실린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일본 의료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잠복 기간이 길고 감염력이 강한 바이러스 감염의 경우에는 ‘클러스터’(감염자 집단) 추적만으로는 (감염) 억제를 할 수 없다. 검사를 축소해서 의료 붕괴를 막는 것처럼 보여왔지만, 검사를 받지 않은 경증 환자나 무증상 감염자가 행동에 제한을 받지 않아서 감염을 확대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검사에 소극적이고 클러스터 확산 차단에 주력해온 일본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니키 요시히토 쇼와대학 객원교수(감염증학)는 <지지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1년 동안은 일본 안에서만도 (코로나19가) 수습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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