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일본 도쿄에서 어린이들의 건강과 성장을 기원하는 잉어 모양 깃발인 ‘고이노보리’가 걸린 거리를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평화헌법 시행을 기념하는 헌법기념일인 3일, 아베 신조 총리가 코로나19 감염 확산 사태를 ‘헌법 개정’ 동력 살리기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3일 우익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인 ‘헌법 포럼’에 보낸 비디오 메시지에서 “긴급사태에서 국가와 국민이 어떤 역할로 국난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를 헌법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다시 인식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7년 “(도쿄올림픽이 열릴 예정이었던) 2020년을 새 헌법이 시행되는 해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이듬해인 2018년 자민당이 현행 헌법에 자위대 존재 규정, 긴급사태 시 내각에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 정령(시행령)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 부여 등을 추가하는 4개 주요 개헌안 항목을 제시했다. 아베 정부 개헌의 최대 목표는 헌법에 자위대의 존재 근거 규정을 추가하는 것이다. ‘평화헌법’이라고 불리는 현행 헌법의 핵심 가운데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9조의 의미를 희석하려는 목적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긴급사태 조항 신설안은 그리 주목받는 항목이 아니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비디오 메시지에서 헌법 개정을 “반드시 달성하겠다. 결의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론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3월4일부터 4월13일까지 전국 유권자 2053명(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우편 여론조사를 해보니, “국회에서 헌법 개정 논의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72%에 이르렀다.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22%뿐이었다. 긴급사태에 대해서도 “현재 헌법을 바꾸지 않고 대응하는 편이 좋다”가 57%로 “헌법을 개정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응답 31%보다 많았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지난달 3일부터 사흘 동안 1560명(응답자)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에서는 “현행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32%로 “필요 없다” 24%보다 높았다. 하지만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 조항’인 9조에 대해서는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26%)보다 “필요 없다”(37%)가 많았다.
한편,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3일 오전 10시30분 기준으로 517명으로 500명을 넘어섰다. 일본 정부가 선포한 긴급사태는 4일께 한 달 정도 연장이 공식 결정될 예정이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