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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왜냐면

제2의 요소수 파동을 막으려면

등록 2021-11-10 17:29수정 2021-11-11 02:34

[왜냐면] 윤덕균|한양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

요소수 파동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화물 기사들이 요소수를 찾아 전국 주유소를 헤매고, 가격은 최대 10배 넘게 치솟기도 했다. 정부는 10일 중국 등에서 석달치 물량을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문제가 커지자 뒤늦게 오스트레일리아로 베트남으로 요소 수입원을 찾아 허둥댄다는 것 자체가 전형적인 정책의 부재를 보여준다.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고 있는데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97%라는 것은 공급망 관리의 기본 수칙을 무시한 것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입품 1만2586개 중 특정 국가 의존도가 80% 이상인 품목이 3941개(31.3%)다. 그중 중국이 1850개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미국(503개), 일본(438개), 독일(121개), 이탈리아(108개) 순이다. 이런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요소수 파동이 예상된다.

이번 기회에 요소수 파동의 근본적 원인을 지적한다. 한국이 요소를 생산한 것은 1961년 준공한 충주비료가 효시다. 1963년부터는 연 8.5만톤의 요소를 생산했다. 이어 동일 규모의 호남비료가 1962년 준공되었다. 1967년 역시 같은 규모의 영남화학과 진해화학이 완성되었다. 같은 해 연 생산량 33만톤의 세계 최대 요소 공장인 한국비료(삼성정밀화학의 전신)가 가동되었고, 1973년 한국종합화학의 암모니아센터가 동일 규모로 준공되었다. 1977년 연 생산량 33만톤의 요소비료 공장 2기를 갖춘 남해화학이 준공식을 함으로써 한국은 70년대에 요소비료 공장 전성시대를 맞게 된다. 당시의 요소 생산능력은 8.5만톤급 4기에 33만톤급 4기로 166만톤에 달하는 규모였다. 현재의 요소수 연간 수요가 8만톤이니 그 수십배에 이르는 요소를 생산한 것이다.

그런데 1, 2차 오일쇼크 이후, 남해화학과 삼성정밀화학(현재는 롯데정밀화학)을 뺀 나머지 5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2004년 남해화학도 요소·암모니아 공장 4곳을 단돈 800만달러에 미국 기업(LCEC사)에 매각했다. 마지막으로 버티던 삼성정밀화학이 2011년 중단함으로써 요소 생산은 막을 내렸다. 현재 롯데정밀화학은 요소를 수입해 요소수를 생산하는데, 국내 요소수 시장의 2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

산업의 운명을 결정할 때 원가, 효율, 경쟁력이 중요 변수가 되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때로는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요소수와 같이 전략적 용도를 갖는 물품은 더욱 그렇다. 일본 도요타사의 경우 재고제로(JIT·Just in Time)를 추구한다. 이 경우 협력업체의 다변화는 필수적이다. 2만5천여개의 자동차 부품 중 볼트 하나도 특정 업체의 독점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떤 한 협력업체의 사고가 바로 도요타사 전체의 사고로 연결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공급망의 다변화에는 필수적으로 대가가 따른다. 한 업체에서 100%를 구매하는 것보다 50%씩 2개 업체에서, 또는 25%씩 4개 업체에서 구매하면 단가가 올라간다. 공급망 관리가 그래서 중요하다.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가 후계자로 공급망 관리(SCM) 전문가인 팀 쿡을 선정한 것을 두고 신의 한 수라 하는 이유다. 팀 쿡은 탁월한 공급망 관리로 애플의 시가총액 3천조원 시대를 열었다.

제2의 요소수 파동을 막으려면 국가의 역할과 시스템이 필요하다. 첫째, 수입국 다변화다. 어느 기업도 비싼 국가에서 물품을 조달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려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 둘째, 비상사태에 대비한 전문가 시스템 구축이다. 예컨대 한국에는 세계 최대 요소 공장을 운영하던 요소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비전문가인 공무원들이 우왕좌왕하지 말고 이들의 중지를 모은다면 단시간에 요소수 문제 해결 방안이 도출될 것이다. 정부는 제2의 요소수 파동을 막기 위해서라도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3941개 수입 품목에 관한 전문가 인재풀을 조속히 구성하여 위기대응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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