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욱 ㅣ 건국대 교수, 한국입자에어로졸학회 위원(바이오보건분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이슈로 인해 마스크에 대한 관심이 높다. 마스크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면 마스크의 적절한 사용뿐만 아니라 마스크가 없을 때도 대처 방안을 생각할 수 있으므로, 그 원리를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자갈과 모래를 걸러내는 거름망과, 공기를 대상으로 하는 마스크는 원리가 다르다. 표면 구멍보다 크면 걸러지고 작으면 통과하는 식의 거름망과는 달리, 마스크에서는 입자 크기에 따라 오히려 작은 크기의 입자가 쉽게 잡힐 수도 있다.
마스크의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2계 편미분 방정식’으로 구성되는 유체역학과 입자공학 이론이 필요하다. 이것을 지면을 통해 설명해내긴 쉽지 않다. 하지만 적절한 비유가 있다.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사과나무를 빽빽이 싣고 가는 화물차를 가정하자. 이 화물차가 곧게 뻗은 넓은 고속도로를 내달린다면 사과 열매들도 화물차 위 사과나무에 잘 매달려 있을 것이다. 그러나 꼬불꼬불하고 좁은 비포장도로를 같은 속도로 달려야 한다면, 적지 않은 사과 열매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다. 여기서 사과 열매를 미세입자로, 화물차를 공기 흐름으로 가정한다면, 마스크의 기능이라는 것은 호흡기로 내달리는 공기 흐름 고속도로를 꼬불꼬불 비포장도로로 만들어서 미세입자들을 도로 밖으로 내쫓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스크는 그 내부의 필터섬유(filter fiber)들을 통해 복잡한 공기 경로를 만들어, 숨 쉴 때 들어오는 미세입자들을 제거하는 것을 그 원리로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크게 확산(diffusion), 관성충돌(impaction), 부착(interception)의 원리가 있다. 특이한 점은 관성충돌이나 부착의 원리는 큰 입자의 경우 효과를 발휘하는 반면, 확산은 작은 입자의 경우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스크 필터의 성능 테스트를 할 때, 이 효과들이 서로 상쇄되어 가장 제어하기 어려운 입자인 300나노미터(nm) 근방의 입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참고로 단일 코로나바이러스의 크기는 120에서 160나노미터 정도이며, 초미세먼지의 기준은 2500나노미터(PM2.5)이다. 마스크의 효율이 높으면 공기 경로도 복잡해져 마찰에 의한 압력손실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숨 쉴 때 에너지가 더 많이 들고, 답답함을 느낀다.
마스크가 없는 경우 등을 위해 제언을 하고 싶다. 첫째, 코로 숨 쉬는 것이 입으로 숨 쉬는 것보다 외부 입자 방어에 훨씬 유리하다. 코털과 코의 기하학적 구조를 참고하면 바로 이해가 갈 것이다. 둘째, 청결하다는 가정 아래, 소매나 손수건 등으로 호흡기를 가려주면, 공기 흐름을 타고 오는 외부 입자에 대한 노출을 줄일 수 있다. 마스크는 다양한 효율을 가지지만, 실험 결과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외부 입자에 대한 노출을 상당히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유의할 점이 있다. 마스크를 일정 기간 이상 쓰다 보면 비말이나 바이오미세먼지(bioaerosol)라 불리는 미생물 입자에 의해 필터가 오염될 수 있다. 이 경우 역효과의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청결히 관리하며 가급적 자주 교체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