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호 ㅣ 교육매체 <민들레> 발행
‘신종 코로나’라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세상의 주인공이 된 듯하다. 모든 방송의 뉴스 시간을 도배하다시피 한다. 그런데 올겨울 미국에서 독감으로 죽는 사람이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다만 해마다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핫뉴스가 안 될 뿐이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의 경우 해마다 독감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이가 적지 않다. 미국에서만 지난 4개월 동안 독감으로 8200명이 사망했다. 이태 전에 비하면 약과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8년 봄까지 90만명이 감염되어 8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미국에서만 해마다 평균 3만~4만명으로 추산된다. 세계적으로는 약 30만~50만명, 국내도 4천~5천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야당은 때를 만난 듯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집권 시절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세월호 사고에 잘못 대처하여 참사로 이어졌던 일을 까마득히 잊은 듯하다. 질병관리본부가 음성 환자를 좀 더 면밀히 관리하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그들도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뒤로하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인권과 공중보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다행히 확진자들도 안정 상태로 관리되고 있고, 확산 속도도 다소 제어가 되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보다 사회 혼란을 부추기는 가짜 뉴스와 무개념 정치인들이 이 사회에 더 해로운 바이러스인지도 모른다. 사회 불안을 이용하려는 세력을 통제하는 것이 질병 통제 못지않게 중요하다. 몇날 며칠 뉴스를 도배하다시피 하며 불안감을 부추기는 매체들도 자중할 필요가 있다. 언론은 냉정을 되찾고, 국회는 출입국관리법보다 가짜 뉴스를 엄벌하는 법안부터 손볼 일이다.
중국인 입국 금지 조처는 당장 국민들의 불안을 다독이는 손쉬운 대처법일 뿐이다. 프랑스 등지에서도 동양인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이 시점에 동양인들끼리 서로를 차별하고 기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종 코로나보다 위험한 독감 보균자일 가능성이 높은 미국인은 기피하지 않으면서 중국인을 기피하는 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다. 신종 코로나는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아니면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고 한다. 가벼운 증상만 보이고 넘어가는 환자도 많고, 치사율도 2%를 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독감도 그렇듯, 안타깝지만 사망자들 대부분은 노인이거나 지병이 있는 사람이다.
생명은 원래 삶과 죽음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서 지속된다. 신종 코로나 정도의 위험은 우리 곁에 상존하는 위험이라고 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라고 명명됨으로써 위험이 실체화되어 더 가깝게 느껴질 따름이다. 전세계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서 지구적 규모로 불안이 증폭된 측면도 있다. 위기 상황일수록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우리부터 문명인답게 행동하자. 차별이 아닌 포용의 정신으로 대응할 수 있다. 아산, 진천 주민들이 교민 수용을 반대하다 곧 마음을 바꿔 교민들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우리의 시민의식이 이 정도로 성숙했음을 보여준다. 아산 시민 한두명이 시작한 환영의 해시태그 운동이 이런 변화를 만들어냈다. 의연한 시민의식은 바이러스보다 더 전염력이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