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창호 ㅣ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대구경북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장
코로나19 사태로 국민 다수의 일상이 파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대구는 더 말할 것도 없을 정도로 경제·사회·문화적 충격을 겪고 있다. 하루 수백명씩 발생하는 확진자 소식에 스트레스를 겪고, 시장·가게의 휴업이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들 생계 걱정도 높아지고 있다. 지역 내 라인이 멈춰선 생산 현장도 많다. 대구 시민에겐 그야말로 경험해보지 못한 일상의 연속이다.
고통에 화답하듯이 전국 각지에서 “#힘내요 대구” 응원의 물결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일,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으로 대구 경증 확진자들을 광주에서 격리 치료하겠다는 ‘광주공동체 특별 담화문’이 발표되었다. 광주시민의 경험적·역사적 통찰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실천적인 빛을 발한 것이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사회적 연대로서 결단한 광주 시민에게 어떠한 감사와 찬사의 말로도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데도 대구 시민은 여전히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굴러야 한다. 자가격리에 가까운 일상이 지속되며 우울과 슬픔 또는 분노 등의 복잡한 심정을 갖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감염 확산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에 압도되어 개개인의 안위만을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광주 시민을 비롯해, 전국에서 답지하는 응원으로부터 대구 시민은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할지 되돌아봐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확인했듯이 전 세계적이면서도 신속한 사람 간의 이동, 도시의 밀집화 등으로 전염병 확산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는 단순히 의료와 보건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회정치적 차원의 문제다. 그래서 나의 안전을 위해서 ‘타인의 안전’을 세심히 보살펴야 한다. 타인의 안전이 나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재난 공동체’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시민의식과 사회적 연대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행동이 더 필요하다.
코로나19를 비롯해 모든 재난은 평등하지 않고 계급적이다. 재난 자체가 차별이 아니라, 재난에 대한 사회적 체계가 차별과 불평등을 강요한다. 사회적 권력관계에서 배제되어 있는 장애인, 노숙인, 이주노동자 같은 이들에게 가장 큰 위험이 전가된다. 그러기에 사회적 소수자도 ‘시민’으로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평등한 시민의식과 사회적 연대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티케이(TK)는 코로나19 이후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대구·경북은 한국 사회 최초의 항일운동이라는 국채보상운동과 4·19 혁명의 도화선으로, 최초의 민주운동이라는 2·28민주운동의 무대였다. 하지만 이 역사적 자부심이 최근 수십년간 ‘티케이’라는 고유명사 아래 지역적으로 퇴색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광주 시민과 전국의 연대 정신이 대구 지역사회에 열린 시민의식과 사회적 연대의 ‘일상적’ 공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온전히 코로나19가 극복되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코로나19 이후의 그런 티케이를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