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ㅣ 경제 미디어 <어피티> 대표
증시가 폭락했다. 지난 13일, 국내에서는 코스피 종목 75%가 52주 신저가를 기록했고, 코스닥은 장중 13% 이상 폭락해 6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글로벌 증시도 마찬가지다. 미국 뉴욕 증시는 하루 만에 10% 폭락했다가 다음날 9% 반등하면서 큰 변동성을 보였다. 이번 증시 폭락의 이유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간 원유 전쟁과 코로나19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그게 언제까지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칠지다.늘 대중의 불안은 사기꾼에게 기회다. “지금껏 이런 가격은 없었다”, “다신 없을 저가매수 기회!” 같은 책임질 수 없는 말들이 시장에 판을 친다. 언론은 좀 더 노골적으로 움직인다. 한 기사에서는 2030이 증시 급락을 기회로 삼아 첫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비대면 계좌개설 이벤트 소식으로 자연스레 넘어간다. 주식으로 돈 벌 기회니까 너도 들어와라 이거다. 여기서 잠깐. 주식으로 돈 버는 방법은 간단하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면 된다. 그래서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들은 보유 종목의 주가가 낮아질 때 꾸준히 매수하면서 평균 단가(평단)를 낮추는 식으로 투자한다. 이번엔 주가가 폭락했다. 주식을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큰 손실이 됐겠지만, 주식을 갖고 있지 않던 사람에게는 기회처럼 보일 수 있다. 당연한 일이다. 장부상의 문제도 크게 없는데, 그간 없던 가격 수준으로 떨어졌다면 줍는 게 이득일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1997년,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 6개월 동안 코스피 지수는 53.8%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크게 하락해 코스피 지수가 1년 만에 54.5% 하락했다. 지금이 저가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바닥인 줄 알고 들어갔는데, 몸 전체가 잠기고도 남을 만한 깊은 호수일 수도 있다.다시 돌아오면, 기사에는 “취업 후 첫 투자로 1천만원을 증권사 계좌에 예탁했다”는 취재원, “매수 부추기는 유튜버를 보고 계좌를 개설했다”는 취재원, “초저금리에 예·적금으로는 종잣돈 마련이 어렵다”는 취재원까지 등장한다. 내 입장에서는 ‘주식 입문자가 저런 문장을 구사할 수 있을까’ 싶은 의구심이 드는 취재원 구성이지만, 그간 주식에 관심만 갖고 직접 해보진 않았던 2030에게는 확실히 혹할 만한 기사다. ‘역대급’ 타이밍에, 또래 직장인들이 주식을 시작하고 있고, 무려 이벤트까지 있다니까 “셧 업 앤드 테이크 마이 머니”(“닥치고 내 돈 받아”, 한 애니메이션의 유명 대사) 하며 달려들어야 할 판이다.
아이엠에프 세대 부모님 밑에서 자라며 ‘주식은 하는 거 아니다’, ‘주식하는 사람 만나지 마라’는 말 한번쯤은 들어봤던 세대라 그런지 우리 세대는 ‘주식을 한다’는 결정 자체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힘만 들어가 있으면 제대로 볼 것도 보이지 않게 되니 ‘일단 관심 있는 기업으로 딱 한 주만 사고팔아보라’는 게 내 생각이지만, 투자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주식을 억지로 권할 이유는 없다. 돈 문제 앞에서 이상할 정도로 ‘지금이 기회’라고 말하는 사람은 이상할 확률이 대단히 높다. 주식을 하고 말고의 문제는 개인이 판단할 몫. 얻고 잃는 것 모두 나의 분석과 결정으로 이뤄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 폭락의 시작점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2030의 첫 투자를 부추기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