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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해고금지’ 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 이주호

등록 2020-04-13 18:24수정 2020-04-14 02:40

이주호 ㅣ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

코로나19 위기가 1930년대 대공황과 비교되는 등 의료 방역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와 노동 문제로 전환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전세계 노동자 33억 중 81%인 27억명이 해고와 임금삭감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라는 평가와 함께 해법 중 하나로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처음 시도되었던 사회적 대화는 정리해고, 파견법 합의로 빛이 바랬고 이후 민주노총이 참여한 사회적 대화는 20년 넘게 단 한번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듭해온 사회적 대화가 이번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무엇을 위한 사회적 대화인지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재난시기 해고금지와 고용생존 긴급보장' ‘기업 살리기가 아닌 노동자 살리기’ ‘공공적 영역 확장을 통해 위험사회를 안전사회로 대전환하기’가 바로 그 목표여야 할 것이다. 사회적 위기 때는 취약계층 비정규 노동자 등 아래로부터 시작되는 붕괴를 우선 막아야 한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코로나 위기 대응 흐름은 재정건전성을 넘어 적극적으로 돈을 풀고 해고를 막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우리 정부도 기업 금융지원 시 해고금지를 의무화하고, 하청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위한 원청 대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둘째, 핵심의제로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전면화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사회안전망 확대가 강조되었지만 불완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그쳐 지금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넘쳐난다. 1989년 시행된 전국민 건강보험이 코로나 재난 극복에 큰 힘이 된 것처럼, 일자리 측면에서도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본격 준비해야 한다. 현재 고용보험 가입자는 전체 취업자 2735만명 가운데 1352만명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노동자는 22%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부의 과감한 재정 투입과 재벌의 국제수준 기여 확대, 계급연대 차원에서 보험료 인상 등 재원 확대와 함께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사각지대 없이 고용보험, 실업수당 등을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추진 방식과 관련해 과도기적으로 다원적 중층적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사회적 대화의 틀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떠오르지만, 기존 활동상 한계와 민주노총의 내부 의결 구조상 참여가 어렵다. 경사노위 참여는 대의원대회 의결 사항으로, 코로나 국면에서 1500명이 넘는 대의원을 소집하기 어렵고 참가 방침을 둘러싼 기존 논란도 반복될 수 있다. 따라서 현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한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한시적으로 원포인트 비상 사회적 대화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면 노사정 틀을 넘어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확장된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사회적 대화가 내실 있게 진행되려면 전국단위와 함께 산업업종단위의 논의도 필요하다. 그동안 산업단위 논의와 분리된 채 진행된 전국단위의 사회적 대화는 늘 공허한 선언적 합의만 하거나 실패를 반복해왔다.

사람들은 그럼 민주노총은 무엇을 할 것인가 묻는다. 이와 관련해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 보호를 위한 더 많은 노력, 사회연대기금 조성, 전국민 고용보험을 위한 보험료 인상 등 조직노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내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위기 새로운 대응을 위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 협력 강화, 경총의 대오각성, 시민사회의 참여, 정부의 전략적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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