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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왜 수출업체인가 / 정만기

등록 2020-04-20 18:29수정 2020-04-24 16:56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서 각국은 국경통제, 지역통제, 이동제한 등의 조치를 하였다. 국가에 따라서는 80%의 국민들이 자택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도 전세계에서 240만명이 감염되는 등 확산이 가속화하고 있다. 한편, 강력한 이동제한으로 대면 소비 행동과 생산 활동은 정지되고 증권, 환율 시장 등도 혼조를 보이면서 각국은 대규모 재정투입과 유동성 공급 등 긴급 경제 조치도 마련하였다. 그러나 미국에서만 최근 한달 2천만명을 넘는 실업자가 발생하는 등 세계 경제 침체는 가속화되고 있다. 브이(V)자형이냐 유(U)자형이냐 혹은 엘(L)자형이냐 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망은 불투명하다. 최근에는 경제침체가 확대되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풀자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이런 혼란은 근본적으로 감염 확산에 기인하지만, 각국의 정책 혼선에도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황 전개와 상관없이, 효과에 대한 검증 없이 성급히 각종 정책을 시행하면서 감염 확산과 경제침체를 막지 못한 것이다. 경제적 부작용에 대한 엄밀한 분석도 없이, 감염 확산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없이 국경통제와 이동제한을 단행한 점, 방역과 경제 조치를 동시 시행한 점 등이 실책으로 보인다. 이동제한은 감염 확산을 차단하지도 못하면서 경제를 침체시켰고, 먼저 방역에 집중했어야 하는데 경제 조치를 동시 시행함으로써 방역 효과를 약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선택은 옳았다. 우선, 질병관리본부 중심으로 코로나 확산을 막는 데 정책 노력을 집중한 것, 그것도 과학적으로 정교하게 접근한 것이 돋보인다. 신천지 대응 때도 국경통제나 지역봉쇄 없이 감염원 차단 노력을 기울였다. 평소 6개월 이상 소요되던 진단키트 인증은 1주일 만에 이루어졌고 하루 최대 3만명 이상이 검사를 받았다. 감염자들은 생활치료센터 등에 격리되고 감염 접촉자들은 자가격리됨으로써 확산은 억제되었다. 산업부까지 나서서 마스크를 생산했다.

감염 확산의 인과관계를 규명하여 감염원을 차단하는 이러한 과학적 방역활동에 힘입어 국내 요인에 의한 공장 가동 중단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해가 늘어나는 자영업자와 피해업종 구제 중심의 경제 조치들은 단행되었다. 일의 순서상 맞는 일이다. 한편, 국경통제나 이동제한도 도입하지 않음으로써 국민들의 최소한의 경제활동은 가능하게 되었다. 만일 이동제한 등이 전면 시행되었다면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이 지금보다 훨씬 커졌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세계 감염 확산이 정점에 있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이 적은 우리 경제의 경우 세계시장 침체와 공급망 붕괴는 치명적일 수 있음에도 이들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젠 국민의 생존을 위한 방역 노력과 같은 수준으로 수출업체의 생존을 위한 정책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영업 등 내수산업의 경우 국내 사태가 안정되면서 사람들의 활동이 늘어나면 어려움은 점차 완화될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 당위성의 제약은 여전해도 말이다.

세계시장이 붕괴 수준에 온 지금, 수출업체들이 붕괴되면 임금, 이자 혹은 세금 납부가 어려워져 내수산업도 다시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 위기를 넘는 데는 유동성 애로 해소가 중요하다. 자동차 업계만 보더라도 기존 17조원 규모의 단기 차입이 있는 상황에서 4개월만 휴업해도 동 기간 동안 인건비 중 70%와 고정비 지출은 불가피하므로 약 25조원의 추가 유동성 차입이 필요하다. 수출업체들이 생존하여 이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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