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수 ㅣ 꽃동네대학교 사회복지전공 교수
한국의 자영업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가장 부가가치가 적고 영세하여 한국 경제의 짐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조기퇴직과 공적 노후소득보장책의 미비가 가져온 합리적 생존전략의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중·대기업의 고용창출력이 떨어지고 구조조정의 압력은 거세지면서 자영업 영역은 산업예비군의 거대한 저수지 구실을 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18년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영업이익률은 14%에 그쳐 연간 매출 1억원의 상점은 1400만원의 이익을 얻는단다. 2019년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연소득 3천만원 이하인 저소득자의 대출 금액은 총 51조8천억원 규모이고 이 중 고금리 대출업권의 비중도 12.4%나 된다. 60살 이상 자영업자는 170만명이 넘고 이들의 가계대출금 합계도 50조4천억원이 되어 2012년과 비교하면 2.7배나 증가한 상태다. 굳이 이런 통계를 빌리지 않아도 주 52시간과는 거리가 멀게 아침부터 밤늦도록 한 사람의 손님도 놓치면 안 되는 고달픈 자영업자의 현실은 충분히 짐작되는 바이며, 동네에 넘쳐나는 자영업자의 간판과 매일 문을 닫고 공실로 방치되는 상호들이 목격되는 것으로 자영업자의 생존경쟁도 능히 짐작된다.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여 자영업자가 낭떠러지 앞에 서 있다. 그들이 한국 경제의 짐인지 거대한 저수지인지를 논할 단계가 아니다. 560만 자영자가 고용하고 있는 근로자나 이들과 생계를 같이하는 식구 역시 각각 1천만명은 족히 되는 현실에서 이들의 폐업과 도산은 코로나 사태 최대의 비극이자 한국 경제 회생의 최고 걸림돌이 될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2천만명 정도의 국민들에게 절망의 한숨과 눈물이 솟구치는 것은 외면할 수 없다.
중앙정부 역시 이러한 현실을 예감하고 지원책을 쏟고 있으나 번지수가 잘못된 측면이 없지 않다. 지난 3월19일에 발표한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보면 소상공인을 위해 12조원의 유동성 자금을 지원하며, 5조5천억원 규모로 은행 대출액에 대해 보증을 서주고, 원금 만기나 이자 상환 유예를 위해 지원하는 것들이 들어 있다. 임대료 인하를 위해 임대업자의 인하액 중 50%에 대해 세액공제를 하겠다고 한다. 연매출 8천만원 이하 개인사업자에 대해 부가세를 경감하는 조치도 있다. 요약하자면 자금 대출과 세금 경감, 두가지다.
그러나 자영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직접적인 사업유지지원금이다. 상환능력도 없는데 대출금을 얹어주는 것이 아니다. 매출액도 없는데 부가세를 경감시켜주는 것도 아니다. 현금 지원이 이들에게 절실하다.
자영업자까지 지원해야 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영국,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 등의 국가들은 이미 자영자 현금지원책을 꺼내 들고 시행하고 있다. 베를린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자에게 최대 9천유로, 우리 돈으로 1200만원까지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하다가 독일연방 정부가 이어받아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사회운동 차원에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중앙정부가 공식적으로 택하여 강도 높게 주문한 것이 4월19일로 벌써 한달째이며, 다시 5월5일까지 2주간 일부 완화된 측면이 있지만 또다시 연장된다. 다른 한편으로 이제 본격적으로 수출 부진과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부족의 여파가 몰아치는 커다란 너울이 밀려온다. 자영업자들에겐 그간의 눈물과 한숨이 끝나가는 것이 아니라 바야흐로 이제부터 ‘고난의 강’을 건너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의 대응책은 사업유지와 고용유지, 생계유지 등 세가지 측면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재난긴급지원금이 지자체에서 시작되어 중앙정부가 받아들이는 국면으로 들어감으로써 생계유지의 최소 방어선은 구축되었다. 고용유지를 위해서도 비상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사업유지, 그중에서도 영세 자영업자의 사업유지는 여전히 저리의 자금 대출과 대출 보증으로 버틸 것인가? 특단의 자영자 현금지원 정책이 강구되어야 할 때다. 시급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