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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국민 속 태우는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 박인규

등록 2020-04-27 18:12수정 2020-04-28 02:39

박인규 ㅣ 연세대 행정학과 3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근로시간, 최저임금, 미세먼지, 가습기 살균제 등 노동과 건강을 다룬다는 점에서 민생과 직결될 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향후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상임위원회다. 그런데 20대 국회 환노위의 법안 처리실적은 실로 낙제점에 가깝다.

27일 현재 2149건의 접수 의안 중 701건(33%)만이 처리돼 20대 국회 평균인 37%에도 이르지 못한다. 그 중 노동 법안을 심사하는 고용노동소위원회는 노사 간의 날카로운 대립 속에서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지난해부터 27일 현재까지 16개월간 회의를 8번 개최하고, 총 회의 시간은 40시간42분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계류 법안에 대한 논의는 매우 더뎠다고 본다.

그간 주요 쟁점이 되었던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과 그 대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정부가 계도기간 부여, 특별연장근로 확대 등으로 다소간의 대안을 제시했다면 그 뒤에는 야당도 본연의 입장을 재검토해 밝히거나, 비쟁점 법안만큼은 적극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7개월 만에 재개된 올 2월17일 회의에서는 정작 위원의 잦은 이석이 발목을 잡았다. 회의록을 통해 옮겨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회의 장면은 다음과 같았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의원은 노동자의 산재 입증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법안이 꼭 통과되어야 한다고 적극적인 토론을 벌였으나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야당 소속 소위원장이 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야당 위원이 없다 보니까 의결하기 부담스럽다며 4월에 다시 논의할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석하거나 불참한 위원들이 본업보다 부업에 더 관심이 많다는 비판마저 제기됐다. 소위 불참 시 사전에 의견을 개진토록 하거나, 대체출석 제도라도 필수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 정도다.

특히 이날 회의는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은 안건들의 심의가 기대되었으나 위와 동일한 사유로 심사가 연기되었다. 이는 법 개정 시한이 지나 법적 공백 상태에 이르렀고, 이에 따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런데 현재까지도 당시 여야가 확약했던 4월 회의 일정은 전혀 게시되고 있지 않다. 현재 환노위 위원 약 70%가 이번 총선에서 낙선해 벌써 짐부터 정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실로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두고 김재원 미래통합당 정책위의장은 나라가 시민단체처럼 돌아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떤 시민단체가 이렇게 국회처럼 개점휴업을 반복한단 말인가. 이러한 발언이야말로 물갈이를 선택한 21대 총선의 민의를 아직도 해석하지 못한 ‘제 얼굴에 침 뱉기’ 발언이라고 할 만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안전망의 제도적 보호 격차가 계층별로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진즉 민생과 직결된 노동 법안들이 시의적절하게 입안되었더라면 충격이 덜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 하는 아쉬움이 크다. 프리랜서 예술인, 특수형태노동자 등의 고용보험 당연 가입을 다룬 ‘고용보험법 개정안’, 1953년 이후 67년째 최저임금과 4대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가사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가사근로자법’, 퇴직연금의 단계적 의무화와 수익률 제고를 위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 청소년의 불합리한 노동 실태를 개선하고, 초중고에서부터 근로기준법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노동교육 활성화법’ 등이 하루빨리 논의되어 입법되기를 바란다.

아직도 충분한 시간이 남아 있다. 회의를 열기만 하면 된다. 국가적으로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하루빨리 여야가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떠나는 자의 뒷모습은 아름답고, 입성하는 자의 앞걸음은 가벼워지기를 바란다. 남은 임기 국회 출석률이 이를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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