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희 ㅣ 강원도교육감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열지 못한 채 두 달이 지나고 있다. 지난주까지 강원도 내 학교들을 두루 다니며 선생님들을 만났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 공간을 원격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채우고 있었다. 부족한 준비 기간과 인프라 속에서도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열어나가고 있는 우리 선생님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학교 방문을 정리하면서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 하나와 이번 원격수업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원격수업 중에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만 제대로 된 수업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각 수업 방식은 학교급, 학급 규모, 수업 내용에 따라 장단점을 가진다. 쌍방향 수업이 실시간 영상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콘텐츠 활용 수업이나 과제수행형 수업이 소통 없는 일방적 수업이라는 것은 오해다. 주어진 콘텐츠를 학습한 학생들은 통화나 문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교사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학습 내용을 피드백하고 언제든 복습도 가능하다. 요즘 아이들이 통화보다는 문자나 에스엔에스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점을 떠올리면 소통 방법에 우열을 두는 것은 무의미하다.
현장에서는 한 시간 수업에 필요한 영상을 몇 시간에 걸쳐 제작하여 올리고 아이들과 일일이 소통하는 선생님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쌍방향 수업이든, 콘텐츠를 활용하는 수업이든, 과제수행형 수업이든 교사와 학생 사이에 소통이 없는 수업은 없다. 수업 방법은 학습 내용과 목표에 따라 최적의 것이 선택될 뿐이지 그 자체로 수업의 질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학교에서 만나는 선생님들에게서 원격수업을 통해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떤 선생님은 이전에는 발표도 않던 아이가 댓글이나 영상으로 자기 생각을 발표하는 모습에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또 다른 선생님은 아이 하나하나에게 말을 걸게 되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를 눈여겨보는 버릇이 생겼다고도 했다. 교사가 모든 학생을 단일 집단으로 가정하고 일방으로 진행하는 수업에서는 개별 지도가 어려웠는데 원격수업을 하면서 아이마다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고 거기에 맞춘 지도를 할 수 있어서 스스로 놀랍다고도 했다. 학생 개인에게 맞춤형 배움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수업 혁신의 궁극적 목적이라면 원격수업에서 나타난 이 현상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배움은 똑같이 일어나지 않는다. 비상시국에 도입된 원격수업을 통해 아이마다 다른 수준이나 배움의 속도를 배려한, 세세한 개별 학습 지도 가능성을 보았다는 점은 생각하지 않았던 성과이다. 여기서 발견한 희망을 수업 혁신의 방향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등교 개학을 한 이후 성취 수준과 관심이 다 다른 아이들 각자에게 알맞은 배움을 촉진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교사의 노동 강도 증가가 염려되지만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중심으로 집단 지성을 발휘하면 좋은 방안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을 믿는다.
강원도교육청은 이번을 계기로 스마트교육이 가능한 디지털 환경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입체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이 어려운 시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 교육의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는 선생님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