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원경 ㅣ 서울대 의대 교수
온국민이코로나19의동향파악에촉각을곤두세운지 100일이넘어가고있다. 성공적인방역으로세계의찬사를받는다는뉴스가이어지는걸보며내심으쓱하기도하지만, 코로나이후의세계는코로나이전과는다를것이라는전망앞에서는미래에대한막연한두려움에휩싸이기도하는나날이다.우리나라가다른선진국에비해코로나19에대해효과적으로대처할수있었던것은정부와의료계가신종플루, 사스, 메르스등의경험을헛된것으로만들지않고그런사태가다시닥칠때해야할일에대해착실하게 준비해온덕분이크다. 여기에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더해져 비로소 성공적인 방역이 가능했다. 이를 통해 전세계 진단키트의 주요 공급자로서 진단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것도 기쁜 일이다.하지만 칭찬에 취해 있을 수만은 없다. 코로나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방역의 성공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필요한데 이는 빨리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 사업단 출범, 바이러스 연구소 설립 등의 정부 계획이 속속 발표되고 있지만, 장밋빛 전망은 경계해야 한다.
현 상황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감염된 이후 면역 형성 과정, 면역 지속 등에 대해 밝혀진 바가 없어서 장기전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는 코로나19가 우리 몸에 일으키는 면역반응에 대한 기초 지식이 필수임을 적시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기초연구 역량에 달려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관련 분야의 국내 현황을 살펴보면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그동안 바이러스 연구는 비인기 분야여서 연구비가 계속 떨어지다 보니 연구 분야를 옮기거나, 바이러스 연구에 필수적인 음압 실험실이 없어 연구를 시작해볼 수조차 없었던 연구자들이 많았다.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연구에 대한 투자가 증가했지만 기초연구와 인력 양성을 담당해야 하는 대학에서의 연구환경은별로달라지지않았다. 특히바이러스에 대한 생체의 면역반응 연구에서역량이 축적된 연구자는 찾아보기 힘들다.이런 상황에서 서둘러 감염병 연구소나 바이러스 연구소를 세운다고 치료제의 단서를 찾아낼 수 있는 수준의 연구 역량이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치료제 개발의 핵심 요소인 생체 면역반응 연구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과 꾸준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연구자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장기적 투자를 해야 한다. 빠르게 큰 성과를 내고 싶은 조급함을 버리고 기본부터 차근차근 연구 역량을 축적해야 다음 위기가 닥쳤을 때 실력을 발휘해 문제 해결을 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투자가 메르스 사태 이후에 이루어졌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안타깝다. 코로나19를통해우리는재난자체를막을수는없지만어떻게하면피해를최소화할수있는지에대한집단체험을하고있다. 앞으로새로운바이러스가출현할수도있으며, 위험이비단바이러스에국한된것이아닐수있다는현실앞에서새로운위험을극복할수있는길을과학에서찾을수밖에없음을깨닫고있다. 자연현상에대한이해를넓히는기초과학이연구자들의지적호기심을충족시키는데에머무는것이아니라인류의생명과안전을지키는데에필수적임을알게된것이다.과학이그러한역할을할수있게하려면정부의연구지원 정책에전환이필요하다. 시장논리에입각한선택과집중의국책사업프레임에서벗어나공익성을추구하는방향으로전환해야한다. 언제어디서무슨일이일어날지모르는미래의재난요소에대처하기위해서는다양한분야에서과학이본연의목적을추구하며발전할수있도록지원함으로써연구저변을튼튼히해야한다. 그래야, 코로나19와같은비상사태발생으로특정분야의연구수요가발생했을때관련된연구자원을효과적으로집적하여신속하고효율적인대응을도모할수있다. 진단키트의신속한생산이가능했던건그동안의 기초연구 투자로관련분야에인력과기술축적이되어있었기때문임을기억할필요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