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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재난지원금의 문제: ‘재외’국민이 아닌 ‘제외’국민 / 김성연

등록 2020-06-01 17:15수정 2020-06-02 02:38

김성연 ㅣ 독일 뮌헨 막스플랑크연구소 방문연구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는 각종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줄어든 가계소득 보전과 소비활동 촉진을 위한 ‘재난지원금’이다. 우리 정부도 지급하고 있다. 한정적인 재원의 어려움에도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번째 문제는 건강보험 납부를 기준으로 재외국민을 제외한 점이다. 건강보험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삼고는 있지만, 국민의 의무도 아니고 조세가 아니다. 이 기준은 행정 편의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재외국민(한국 국적의 해외동포, 유학생, 주재원, 해외 파견 근로자, 연구원 등)은 제외된다. 일부 국민, 정치인, 언론들은 해외로 나가 있는 사람을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비판하는 도피성 유학생이라든가 한국을 ‘버린’ 사람은 극소수이다. 필자의 주변에도 어려운 여건의 해외에서 일과 공부,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의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고 앞으로도 할 사람으로 본다. 또한 재외국민 중에는 어떤 형태로든 한국에 세금 납부 등을 하면서 국민의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필자도 현재 방문연구원으로 독일에 체류하고 있지만, 재산세와 소득세를 한국에 납부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이들조차도 재난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며 국가의 재외국민 보호의무도 저버린 것이다. 서울시의 경우는 부당 차별에 대한 지적으로 재외국민도 포함시켰다. 일부에서는 해외 거주자가 재난지원금을 받으면 다른 나라가 혜택을 본다고 주장하지만 재난지원금의 사용처가 한국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오히려 재외국민의 동질감과 자긍심 형성에 더 기여하리라 본다.

두번째 문제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제외한 점이다. 외국인 중에는 단기체류자도 있지만 한국에 세금을 납부하고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한국 국적자가 아니라고 일괄 제외한 것은 부당한 차별이다. 이들은 국민은 아니지만 조세를 부담하고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으며 한국민들과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도 세금 납부 등을 기준으로 얼마든지 혜택을 부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내에 일부 퍼져 있는 외국인 혐오증이 두려워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였다면 그야말로 포퓰리즘이다. 독일에서는 자국 내 거주 외국인에게도 동일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독일은 세금 등으로 독일에 기여하는 것이 있냐는 점을 더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킨더겔트(아동수당)의 경우도 지급기준은 보호자가 독일에서 영리활동을 할 수 있는지다. 실제로 영리활동을 하느냐도 중요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건강보험료 납부라는 획일적 기준을 사용하면서 세대가 기준이 된 점이다. 이로 인한 각종 분란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가부장적 사고인 세대주 중심보다는 개인별로 지급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었다. 또한 출산율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결국 다둥이 가족은 혜택이 덜 가게 만들었다.

코로나19는 전세계적인 문제로 어느 나라에 살든지 모두에게 고통을 준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이러한 상황에서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말로만 ‘전 국민’의 이름을 붙여서 재외국민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고 차별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한국에 기여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을 차별하고 있는 것도 아쉽다. 이들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가진 일부 국민과 정치인들이 두려워 재외국민과 국내 거주 외국인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늦은 문제 제기일 수 있지만 유사한 상황이 재발하였을 때 지적한 부분들을 좀 더 고려하여 결정을 내리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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