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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왜냐면

[왜냐면] 백인은 “백인”이라 부르지 않는다 / 장태한

등록 :2020-06-29 18:30수정 :2020-06-3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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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한 ㅣ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 리버사이드) 소수인종학과 교수

미국에 관한 보도는 거의 매일 한국 언론에서 접할 수 있다. 그만큼 미국 그리고 한-미 관계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한국인은 미국에 대해 얼마큼 잘 알고 있을까?

미국의 근본 문제는 “인종 불평등”이며 미국의 원죄라고도 할 수 있다. 미국의 인종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미국의 본질을 알 수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대한민국에는 미국에서 유학한 이른바 미국 전문가들이 대거 학계에 포진해 있고 주도하고 있다. 대부분 미국 명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친미적’ 학문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대부분 백인 학자들이 정립한 백인 위주의 백인 이론을 그대로 배워서 한국에서 가르치고 적용하기 때문에 미국의 인종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학자는 많지 않다고 생각된다. 한국 기독교 역시 백인우월주의 신학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교회에서 설교하고 있다.

미국 이해의 첫걸음은 백인 특권을 이해하는 것이다. 백인이라는 인종 개념은 유럽계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정착됐는데 처음에는 앵글로색슨만이 백인이었다. 그러다가 이주민이 급증한 프랑스계와 독일계도 백인에 포함되었고 20세기 초부터 남·동유럽 이민자들이 대거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백인’은 유럽에서 이주한 이민자 전부로 확대되었다. 그 이유는 자신들의 백인 ‘특권’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함이다.

1960년대 이전까지 백인들은 자신의 기득권을 보호, 유지, 또는 극대화하기 위해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인종차별법을 제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1790년 귀화법은 자유의 몸인 백인만이 미국 시민권을 획득할 자격이 있다고 규정했다. 즉, 흑인과 아시안 등은 미국 시민이 될 수 없었으며 미국식 참정민주주의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투표권이 없는 인종이 되었다. 법의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착취의 대상이 된 것이다.

미국에서 백인은 ‘백인 특권’을 누리고 살고 있는 집단이며, 미국의 인종 문제는 바로 백인들의 우월주의와 차별 정책으로 인종 불평등이 제도화된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미국 언론과 학계에서는 ‘인종 문제’를 대부분 “흑인 문제” 또는 “소수계 문제”로 규정하고 그들이 인종 문제를 일으킨다고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한다.

특권의 가장 큰 특징은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특권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백인은 자신들이 ‘백인 특권’을 누리고 산다고 느끼지 못한다. 모든 법과 사회질서가 백인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인 특권이 미국 사회에서 인종 불평등 문제의 핵심인데 정작 백인들은 백인 특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인지조차 못 하고 있으니 인종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미국에서 ‘백인 특권’의 두번째 특징은 백인들은 스스로를 “백인”으로 규정하지 않고 “미국인”이라고 지칭한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소수 인종과 민족들은 아시안, 코리안, 흑인, 라티노, 인디언 등으로 불린다. 소수계는 미국인이 아닌 코리안 아메리칸, 아시안 아메리칸, 아프리칸 아메리칸으로 앞에 수식어가 붙는다. 따라서 소수계는 미국인임을 “증명”해야 하는 엄청난 부담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

‘백인 특권’의 세번째 특징으로, 미국은 기회의 땅이고 이민자의 나라로서 모든 사람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특권을 누리고 사는 사람들이 자신들이 특권을 누리고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지고 실행되어 더 정의로운 사회 구현이 가능해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인종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한 첫걸음도 내딛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라도 제대로 미국의 본질을 공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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