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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이재용 부회장, 기소 수사해야 하는 숱한 이유 / 이도흠

등록 2020-07-09 05:00수정 2020-07-09 09:18

이도흠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

지난 6월26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기소하고 수사를 중단하라는 권고안을 의결하였다. 이에 앞서 법원은 지난해 10월25일에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할 것을 주문하였고, 올해 1월17일에 열린 같은 재판의 4차 공판에서는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점검하겠다며 기존의 입장을 뒤집은 바 있다. 이어서 6월9일에는 구속영장을 기각하였다. 이런 일련의 조처를 볼 때 사법부가 무죄로 판결하려는 결론을 미리 설정해놓고 이에 필요한 형식 요건을 채우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삼성과 이재용이 범한 죄는 눈감아주기에는 너무 크다. 참여연대는 이재용 부회장의 6대 범죄 혐의로 “제일모직 가치 상승을 위한 에버랜드 공시지가의 비정상적 급등, 바이오젠과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콜옵션 계약 공시 누락을 위한 조직적 방해,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비율을 만들기 위한 경영진의 비정상적 경영 행태, 삼성물산 부당 합병비율의 적정성 정당화 보고서 작성 및 승인, 삼정 및 안진회계법인의 부당한 합병비율 검토보고서의 국민연금 전달, 삼성물산 합병 불공정성 수습 중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자본잠식 위기 해결을 위한 회계기준 변경”을 들고 있다. 한마디로 줄여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이 범한 숱한 회계조작과 불법승계, 노조파괴 공작에 책임이 있으며, 박근혜와 함께 국정농단의 주범이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5월에는 검찰이 속칭 ‘삼바’ 관련 문건을 이재용에게 보고한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

이재용과 관련한 최근의 사태들은 기득권 동맹이 그 맹주인 삼성을 위하여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보여주는 실례다. 촛불항쟁 이후에도 서민과 노동자의 삶이 달라지지 않은 근본 이유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그대로 존속되고 있고 ‘자본-국가-보수언론-사법부-종교권력층-김앤장과 같은 전문가 집단과 어용지식인’으로 이루어진 기득권 동맹이 조금도 균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시작하여 수차례에 걸쳐 집행유예 상태로 엄연히 범죄자인 이재용을 만나 판결에 영향을 미쳤으며,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라 조언하고 이에 따라 이재용이 알맹이 없는 사과를 하자 보수언론은 과장하여 편파보도하며 맞장구를 쳤다. 이들이 경제위기를 운운하지만 그동안 한화, 에스케이(SK), 씨제이(CJ), 태광의 총수는 물론 이재용이 구속당한 시기에 회사의 설비투자, 순이익,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였기에 이는 타당하지 않다.

그럼에도 사법부가 끝내 이재용을 감싼다면, 사법의 정의는 무너진다. “무전유죄(無錢有罪), 유전무죄(有錢無罪)”는 항간의 담론에서 대한민국 사법부를 상징하는 언어가 될 것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전제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질서 또한 요동친다. 시장에 편법과 특혜가 난무하면 기업가는 공정한 기술개발과 창조적 혁신을 멀리하고 재테크와 권력 로비에 더 집중하기 마련이다. 정부의 재벌 감싸기와 퍼주기는 자유로우면서 정의로운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총수독재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우리 기술이 우수한 재능과 세계 최고의 근면성을 바탕으로 훨씬 더 선두로 나설 수 있는 동력과 토대를 상실하게 한다. 무엇보다 기득권 동맹이 권력과 자산과 정보를 독점한 채 편법이나 불법도 감행하며 국민을 수탈하면서 대한민국을 부패공화국, 삼성공화국으로 잔존시킬 것이다. 검찰과 법원 앞에 촛불이 다시 밝혀지기를 원치 않는다면, 사법부가 일말의 정당성이라도 가지려면 이재용을 즉각 기소하고 수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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