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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윤석열 총장이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해야 하는 이유 / 전성인

등록 2020-07-22 11:23수정 2020-07-23 02:39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성인 ㅣ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부당 합병과 관련하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재 이 부회장에게 적용되는 핵심 범죄 혐의는 자본시장법 제178조의 “부정거래행위 금지” 조항 위반이다. 이 조문의 의미를 살펴보고 이 부회장의 행위가 이에 해당할 개연성이 있는지를 점검해보기로 한다.

먼저 제178조의 보호 법익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부정거래행위를 금지하는 이유는 개개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자 일반의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대법원 2011. 3. 10. 선고 2008도6335 판결) 또는 “자본시장의 공정성과 신뢰성”(대법원 2015. 4. 9. 자, 2014마188 결정)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제178조는 제1항 제1~3호, 그리고 제2항을 통해 총 4가지 유형의 부정거래행위를 금지하는데 여기서는 제1항의 제1호와 제2호, 그리고 제2항을 주로 검토하기로 한다.

제1항 제1호는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여기서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란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인정되는 일체의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말한다.(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3도4843 판결) 또 계약 내용을 그대로 반영하여 그 기재 자체만으로는 허위로 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다른 수단이나 거래의 내용, 목적, 방식 등과 결부되어 사회통념상 부정하다고 볼 수 있으면 이에 해당한다.(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7도19019 판결)

제1항 제2호는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를 누락함으로써 금전,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때 금전,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한 문서를 사용한 이상 이로써 바로 위 조항 위반죄가 성립하고, 문서의 사용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하거나 금전,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얻을 필요는 없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도9691 판결)

제2항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할 목적이나 그 시세의 변동을 도모할 목적으로 ‘풍문의 유포, 위계(僞計)의 사용, 폭행 또는 협박’을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한 대표적 사례가 론스타 사건이다. 대법원은 론스타가 허위 감자설을 유포하여 부당하게 외환카드를 합병함으로써 올림푸스 캐피탈 등 외환카드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친 사건이 바로 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대법원 2011. 3. 10. 선고 2008도6335 판결)

이재용 부회장은 대법원도 인정한 승계를 위해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하여 국민연금에 부당한 압력을 넣어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두 회사의 가치 평가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왜곡한 삼정 및 안진의 보고서를 국민연금에 제공하는 등 거짓이 기재된 문서를 사용했다. 그리고 콜옵션을 누락한 허위의 재무제표를 공시하고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제일모직의 가치를 왜곡하였다. 그리고 합병 후의 회계처리 과정에서 콜옵션을 반영할 경우 자본 잠식이 발생하는 점을 발견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지배력 판단을 임의로 변경하였다. 또 바이오젠의 명시적 동의 없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다가 이것이 수포로 돌아간 뒤에도 계속 상장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거짓 풍문을 유포하기도 했다. 이런 행위는 모두 위에서 살펴본 자본시장법상 금지되는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확히 1년 전인 지난해 7월25일 취임사에서 “형사 법집행을 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바로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이라고 강조하며, “시장 교란 반칙행위”에 대해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윤 총장은 자신이 한 말을 입증해야 할 때가 되었다. 자본시장 질서를 교란한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함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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