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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대한민국 마음건강정책,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 윤석준

등록 2020-07-27 18:06수정 2020-07-28 02:36

윤석준 ㅣ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장·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뒤로 6개월이 지났다. 긴장을 늦출 수는 없지만 유럽·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대한민국의 방역 결과는 다행히도 아직까지 성적이 좋은 편이다. 이에 힘입어 이르면 하반기에는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확대 개편될 예정이라 한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감염병으로 인한 방역 업무 자체가 특정 부서만의 일이 아니라 지방정부를 비롯한 종합행정이 요구되는 일이므로 이를 수행할 중앙 정부조직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신천지로부터 시작되어 대구·경북지역에 코로나19가 무섭게 확산될 때를 돌이켜보면 사태의 발원지가 청도대남병원이었다. 그런데 그 초기 발생의 근원지 역할을 했던 병동이 중증정신질환자를 치료하는 정신과 폐쇄병동이었다는 사실은 많은 국민이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몇십년 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 폐쇄병동 안에 갇혀 지냈던 어느 중증정신질환자의 코로나19 감염과 그로 인한 죽음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 사회는 중증정신질환자의 치료 대책을 갇힌 공간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크기는 이렇게 가둬둘 만큼 작지 않다. 필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해본 결과, 2017년 1년 동안 의료를 이용한 조현병으로 대표되는 중증정신질환 환자 수는 약 43만명이었다. 정신과 환자의 특성상 과소 추정되는 경향을 감안하면 전 국민의 1%에 해당한다. 중증정신질환 발병 초기에 정기적으로 치료받고 재활서비스를 받으면 정상인과 같이 생활할 확률이 50%를 넘어선다고 한다. 그러나 초기 치료 과정을 놓치면 점점 더 악화되어 만성화된다.

마음건강의 문제를 다루려면 종합행정이 필요하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이송 과정에만 경찰, 구급대원, 정신건강전문요원 등이 필요하다. 어렵게 응급실에 도착하더라도 중증정신질환 응급환자는 기피 대상이다. 환자 한명을 돌보는 데 의료인력 여러명이 필요한데다 다수 대학병원조차 정신과 병동이 충분하지 않아 여러 병원을 전전하게 된다. 퇴원 후에는 바로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단계 집단 거주시설(그룹홈)과 정신재활시설을 필요로 하나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정신재활시설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의 책임이다. 상황은 이렇게 복잡하게 꼬여 있다.

필자는 이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일본과 대만 등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일본 요코하마시에서는 정신과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하여 시 공무원이 24시간 3교대로 근무하고 있으며, 시 예산을 들여 시 소재 민간·공공 병원 가운데 순번제로 하루에 병상 4개를 비워놓고 있다고 한다. 대만의 경우 급성기 환자 병동과 만성 환자 병동이 구분되어 있고, 지역사회 재활시설의 이용·유지 비용을 대만 전민건강보험에서 보상해주고 있었다. 이러한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대한민국의 관련 행정은 너무나도 왜소하고 분절되어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을 찌르고 있다. 미처 우리 사회가 돌보지 못했던 중증정신질환자들의 삶마저도 파고들어 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맞는 국민들의 마음건강 수준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보건복지부 등 관련 중앙부처에 국(局) 단위 컨트롤타워 조직이 필요하다. 그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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