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ㅣ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오랜 기다림 끝에 2020년 7월30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89년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한 뒤 31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던 법이 이번 개정을 통해 큰 전기를 맞게 되었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으로 계약 기간은 최소 4년 이상으로 늘게 되었고, 전월세인상률상한제 도입으로 임대료 인상은 5%를 넘지 않게 되었다.
주기적으로 폭등하는 전월세 문제로 18대 국회부터 오랫동안 법률 개정이 논의되었고, 제도 도입 때 예상되는 제반 문제점을 두고서도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왔다. 그 결과 새 제도 도입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되었다. 법률 개정 이후 신규·기존 세입자에게도 갱신청구권을 부여함으로써 제도 도입 직후 전월세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지속된 주택 가격 상승이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고, 코로나19라는 세계적 위기가 극심한 민생 위기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법률 개정은 여러 한계와 과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계약기간과 인상률 상한에 대한 보완, 임대차 행정의 지방화를 뒷받침할 인적·물적 제도 마련, 신규 계약 때의 인상률 제한, 신규 공급되는 주택의 임대료 책정, 고금리 시절 만들어진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의한 4%라는 높은 전월세 전환율 인하 등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의 도를 넘는 ‘핀셋 보도’ 문제야말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사례의 보편성과 대표성에 대한 고려 없이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극단적인 사례가 임대인 전체를 대표하는 듯 다루어진다. 임대료를 올려 받기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는 임대인이 연일 등장한다. 대부분이 세입자인 청년들이 ‘이러니까 헬조선이지’라며 기성세대를 원망하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선량한 임대인도, 악덕 임대인도 현실에 공존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그래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인상률이 제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세입자들의 평균 거주 기간은 법정 계약기간인 2년보다 긴 3.2년(2019년 주거실태조사)이 되는 것이다. ‘살 때까지 살라’고 하는 임대인이 있는가 하면, 불법쪼개기로 기업형 빈곤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임대인도 있다. 세입자를 내쫓을 온갖 궁리를 하고 있는 임대인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제도를 악용하려고 하는 임대인이 존재하는 것과 그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별개인데, 언론은 둘을 구분하지 않고 전달한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 만큼 제도가 안착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 임대인이 ‘나가라’고 하면 한마디 말도 못 하고 나가야 했던 세입자들에게 1회의 계약갱신청구권이 법률에 의해 권리로 부여되었으니, 세입자들이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들 간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세입자들을 ‘무권리자’로 만들어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했고, 그래서 갈등이 생길 여지조차 없었던 기존 체제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이번 법률 개정으로 한 걸음 내디딘 세입자의 주거안정이 두 걸음, 세 걸음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그 과정에 다양한 임대인과 임차인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언론이 역할을 해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