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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중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생활치료센터 / 이경수

등록 2020-08-24 17:15수정 2020-08-25 02:09

이경수ㅣ영남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대구광역시 감염병관리지원단 자문위원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생활치료센터지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1급 감염병 환자를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치료한다는 것은 매우 두려운 선택이었기에 누구도 선뜻 나서서 제안하지 못하였다. 대구지역에서 확진 후 자택대기 환자가 2천명을 넘어가며 입원대기 중에 자택에서 사망하는 환자까지 발생하는 충격과 절박함 속에서 만들어져 성공적으로 운영하였다. 대한민국 케이(K)방역에서 환자 치료 측면에서의 신의 한 수는 생활치료센터 설치와 운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지 않았다면 중환자는 더 많이 사망하였을 것이다. 생활치료센터가 많은 중환자의 생명을 구한 셈이다. 생활치료센터 운영 시작과 함께 대구시의사회 자원봉사자 160명의 입원대기 환자 전화상담과 공중보건의사들의 24시간 전화상담 이후 자택에서 사망한 환자는 없었다.

경증 환자가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병원 입원과 비교하여 갖는 장점이 많다.

첫째, 안락한 환경이다.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의 경우 생활치료센터의 환경은 병원이나 대부분의 자택보다 안락하고 자유롭다. 평온하게 책을 읽거나 음악을 즐기는 등 사생활 보장이 잘되는 공간에 머물며 치료의 경과를 관찰할 수 있다. 2주 정도 머무르기에는 입원실보다는 오히려 나은 환경이라는 게 환자들의 평가였다. 또한 제공되는 생활물품 이외에도 책과 개인용품 등의 소포도 받을 수 있다. 가족 중에 2인 이상이 감염된 경우에는 가족이 함께 입소하여 생활할 수도 있다.

둘째, 안전하다는 것이다. 대학병원과 파견 의료진, 행정지원과 시설관리를 위한 다양한 전문인력들이 24시간 치료와 증상 모니터링 그리고 생활지원을 하고 있다. 만약에 약간의 증상이 생기기 시작하면 의료진이 판단하여 즉시 가까운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이송하도록 되어 있다. 대구지역 환자들 중 생활치료센터에서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는 매우 적다.

셋째, 본인 부담이 없다. 입원치료 비용과 마찬가지로 치료와 생활지원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 증상 치료를 위한 처방은 물론이고, 도시락과 생필품까지 모두 지원한다.

대구지역의 경증 환자들은 대구지역을 떠나 충남 천안, 전북 김제, 경북 경주·영덕 등 전국 타 지역으로 이동해 치료받고 회복하기도 했다. 그 수가 2천여명이다. 집에서 멀리 떨어지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중증 또는 최중증 환자들에게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병상을 양보하는 배려를 보인 것이라 볼 수 있다.

수도권에서 많은 환자가 발생하며 중환자들을 위한 병상과 중환자실이 부족해지는 절박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무증상·경증 환자들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여 치료를 받는 것은 이웃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고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일이다.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중환자의 생명을 의료진만 구하는 것은 아니다. 확진자 중 증상이 없거나 증상이 경미한 환자들은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는 것이 자신의 치료는 물론이고 이웃의 중환자를 살리고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불안함 없이 안심하고 입소하여 치료하여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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