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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기후위기 시대 통합 물관리 해법은 / 김명자

등록 2020-09-07 18:39수정 2020-09-08 02:41

김명자 ㅣ (사)서울국제포럼 회장·전 환경부 장관

기후변화가 ‘기후위기’로 바뀌고 있다. 2019년 온실가스 농도는 80만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빙하의 해빙이 가속화되고 해수면이 상승했다. 국지적으로 극심한 가뭄과 대홍수가 덮쳤다. 7년간 건조하던 유럽은 폭염과 가뭄을, 인도는 대홍수를 겪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한가운데서 중국은 싼샤댐 붕괴를 우려하는 상황에 몰렸다. 한국은 54일간의 최장기간 장마를 겪으며,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라는 해시태그까지 등장했다.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이 아니다. 지난 2월 미국 기후안보센터의 ‘국가안보·군사·정보패널’은 현 추세대로 간다면 30년 내에 국가 안보와 글로벌 안보는 ‘고위험 내지 파국’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4년 보고서에서 21세기 말의 지구는 과거 1만년보다 더 큰 기후변화를 겪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생물종 멸종, 흉작과 기근, 질병, 사회경제적 혼란이라는 총체적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 전망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 2020’도 최고 수준의 리스크로 기후 행동 실패, 극한기후, 자연재난 등을 꼽았다.

기후위기 시대, 에너지, 수자원, 식량은 ‘전략적 자원’이 되었다. 물관리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2018년 한국은 1994년 이래 부처별로 분산됐던 관리체계를 일원화했고, 수량과 수질 관리를 환경부가 맡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 집중호우에 의한 섬진강 등 범람으로 지역사회가 큰 피해를 봤다. 그 원인을 놓고 아직도 댐과 하천 관리가 이원화되어 있다느니 500년에 한번 겪을 정도의 물 폭탄에 댐 설계 기준이 미흡했다느니 등의 논란이 일었다. 분명한 것은 물리적인 업무 이관이 해법이 되기에는 기후위기 시대 물관리가 지난하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환경부에서 20년 전 ‘4대강 물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했던 시절이 떠오른다. 특히 낙동강 수계 특별대책은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 주재의 제1차 국정 워크숍에서 김대중 정부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발표할 만큼 주목을 받았다. 돌아보면 성공 요인은 두가지 원칙 덕분이었다.

첫째, 정책과 관리체계 수립에서 사전에 기초 조사에 의해 유역별 수질관리 모델을 설계하는 등 ‘과학적 근거’가 탄탄했다. 둘째, 수립 과정에서 ‘참여의 원칙’과 ‘상생의 원칙’을 금과옥조로 삼았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지역주민, 언론이 파트너가 되어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은 험난했지만 가장 보람 있는 일이기도 했다.

기후위기 시대 지구촌 재난은 리스크 요인 자체가 복합적이고 상호연결되고 불확실성이 크며, 대응 시스템에서 한 요소의 실패가 총체적 실패를 유발한다. 따라서 재난관리 개념은 재난 거버넌스로 바뀌어야 한다. 우선 과학적 조사 연구에 기반한 유역별 최적의 물관리 체계부터 설계해야 한다. 전국의 댐, 하천, 소하천마다 분절된 관리 주체 사이에 유기적 연계가 이루어져야 하고, 생활·공업용수, 농업용수, 발전용수로 분리된 물관리의 종합조정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앙기관 주도의 하향식 메커니즘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지역별 주체의 역량과 책임을 결집하는 집단행동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공공과 민간 부문이 상호 소통하고 협력하는 구조적 통로가 작동될 때 재난 대응의 효과를 높이고 물 복지 수준의 향상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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