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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세상 벼랑 끝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 앤드루 몰리

등록 2020-10-05 18:33수정 2020-10-06 02:41

앤드루 몰리 ㅣ 국제월드비전 총재

코로나19가 전세계에서 유행하기 전인 올해 초, 나는 콩고민주공화국(DRC)의 고마시 외곽에 있는 대형 임시천막 안에 한 무리의 종교 지도자들, 지역주민들과 함께 모여 있었다. 이곳에 오기까지는 보건 공무원들이 체온을 확인하는 검문소를 통과해야 했고, 염소 처리된 물에 손을 씻어야 했다. 이러한 조치들을 지켜가며 반드시 모여야 할 이유가 있었다. 바로 이 지역에서 시작된 에볼라의 끔찍한 발병에 대처하기 위해 그동안 해왔던 성공적인 노력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지역사회와의 뿌리 깊은 상호 신뢰와 월드비전의 꾸준한 지원으로 어떻게 에볼라의 피해를 극복했는지, 또 우리의 소명은 연약한 아동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는 다짐을 되새기며 이야기꽃을 피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가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그즈음 코로나19 소식이 들려와, 더욱 힘든 상황에 놓일 그 아이들이 떠올랐다. 코로나19는 그 전염력 못지않게 2차적 효과가 치명적이다. 내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만난 아이들은 가난과 영양실조, 전쟁에 시달리며 이미 삶의 벼랑 끝에 내몰려 있었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 때문에 생계를 잃은 부모의 아이들은 더 가난해지고 더 보호받지 못할 수 있으며, 나아가 폭력, 착취, 학대의 위험에 빠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가 지난해에 난민촌에서 만난 시리아 아이들과 같은 많은 난민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도 쉽지 않고,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마저도 힘들다. 우리 도움이 절실한 아이들이 세계 곳곳에 있다는 것, 전세계 수만명의 월드비전 직원들이 일을 멈추지 않는 이유다.

6·25전쟁과 함께 월드비전 탄생 70주년을 기념하는 지금, 안타깝게도 전세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70년 전, 한국은 비극적인 전쟁을 겪었다. 한국전쟁 중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태어난 월드비전은 이제는 세계 최대 국제 엔지오(NGO) 중 하나로 성장했고, 한국은 월드비전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이제는 세계 선진국 중 하나가 되었다. 한국월드비전도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는 사무소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세계 월드비전 중 최대 후원국의 하나로 성장했다.

이처럼 한국은 월드비전의 모든 것이 시작된 곳으로, 오늘날까지 월드비전 내에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70년의 역사를 통해 수많은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켰고,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었다. 수많은 후원자의 응원과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도 아이들을 위해 선뜻 후원에 나서는 누군가가 있기에 아이들은 꿈꿀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생긴 어려움은 전례 없는 수준이지만, 우리에게는 위기를 극복하는 디엔에이(DNA)가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전세계의 수많은 비상사태를 보고 배우며 성장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숱한 과제에 늘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우리는 내 나라를 넘어 세상의 벼랑 끝에 서 있는 그 아이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 확신한다. 전세계가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으며 한국이 전쟁의 상처를 딛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처럼, 받았던 도움을 다시 전하는 선순환을 하며 성장해가고 있는 것처럼, 지금의 위기 역시 70년 전 그때처럼 국경과 이념을 초월하는 선한 영향력으로 연대한다면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가 다시 한번 연대해 서로 지지하고 이 힘든 시기를 극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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